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유비쿼터스 기술로 탐험하는 낯선 지구 <애프터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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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와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동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애프터 어스(After earth)’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가 떠나간 이후’의 지구를 그리고 있다.

이처럼 인류 멸망 혹은 대재난 이후의 지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제법 많은데, 예전에 소개했던 ‘클라우드 아틀라스’나 ‘오블리비언’도 이런 범주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서기 3072년이라는 먼 미래의 이야기치고는 획기적인 과학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그다지 보이지 않고 허점이 자주 눈에 띄기도 하지만, ‘스마트 의류’와 ‘원격 진료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술은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인류가 이주할만한 행성이 실제로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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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떠나간 이후의 지구

이 영화의 감독인 M. 나이트 샤말란은 그동안 몇 편의 SF영화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으나 SF작품들로는 그다지 호평을 얻지못한 듯하고, 1999년에 연출한 스릴러 영화 ‘식스 센스’의 감독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영화 ‘애프터 어스’를 통해 다시한번 SF영화에 도전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인류 공통의 관심사인 미지의 세계,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연구부터 인간이 느끼는 근본적인 감정 중 하나인 두려움에 대한 분석까지 오랜 고찰의 결과를 고스란히 영화에 반영했다.

감독은 “인류가 동굴에서 살았던 시기부터 ‘두려움’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었고 생존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이 점을 다루게 되어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프터 어스’는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후인 3072년, 인류에게 버림받아 황폐해진 지구에 불시착한 아버지와 아들이 공격적으로 진화한 생명체들에 맞서 생존이 걸린 극한의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인류가 떠나버린 지구에 남은 생명체들은 1,000년 간 격렬한 자연 변화 속에서 급속도로 진화한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봤을때 1,00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만 지구에 일어난 극심한 기후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 속도가 가속화되었다는 설정 하에 생명체들의 모습을 구상했다.

그 결과 거대한 새, 공격성이 강한 개코 원숭이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들이지만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모습으로 진화한 지구 생명체들이 탄생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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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똑같은 외계행성이 정말 있을까?

‘애프터 어스’에서는 미래의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즉 지구는 심각해진 환경오염과 거듭되는 자연재해 등으로 갈수록 황폐화되어 인류가 더는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변하고, 이 영화의 시간적 무대보다 약 천년이 앞선 시점, 즉 서기 2070년경에 인류는 ‘노바 프라임’ 이라는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여 정착한다는 것이다.

‘지구와 거의 똑같은 환경을 지닌 행성’은 여러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일 뿐 아니라, 과학자들도 실제로 이런 행성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이 이주하여 생존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공기’와 ‘물’이 가장 중요할 텐데, 태양계 내에는 이런 곳이 물론 없다.

전편에서 소개했던 유로파나 타이탄, 그리고 화성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지구와 가까운 편이지만, 작은 미생물 수준의 생명체 존재 여부에 관심을 두는 정도이지, 인류가 대거 이주해서 살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물은 있을지 몰라도, 대기 중에 인간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산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와 거의 같은 환경을 갖춘 태양계 밖의 행성, 즉 외계행성들을 찾는 작업들을 해 왔고, 그 ‘후보’들을 이미 목록에 올려놓은 상태이다.

물론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산소와 물이 충분히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에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조건 등을 감안하여 외계행성의 환경을 추측하고 있다.

외계행성 자체, 즉 태양계 밖의 다른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다른 행성들은 이미 많이 발견이 된 바 있다.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추어서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면서, 지구보다 약 2 ~ 10배 정도의 크기를 지닌 행성을 이른바 ‘슈퍼지구’ 라고 부른다.

지난 2011년, 스위스 미셀 메이어 박사의 연구팀은, 슈퍼지구를 10여 개 정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외계행성 ‘HD85512d’, 즉 태양과 흡사한 주황색 항성 HD85512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중의 하나가 특히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글리제 581c’ 라는 행성 역시 질량이 지구의 5배 정도이며 지구와 상당히 유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가 물로 뒤덮인 ‘바다행성’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행성은 백색왜성인 글리제 581을 공전하는 행성 중의 하나인데, 지구로부터 20광년 정도 떨어진 천칭자리에 있다.

2013년 4월 미국 NASA의 과학자들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슈퍼지구 2개를 더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설령 이들 ‘슈퍼지구’ 중 일부가 ‘산소를 포함한 대기와 물’이 충분히 있어서 미래의 인류가 이주할 수 있을 수준의 환경을 갖추었다고 해도, 실제로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외계행성들은 모두 너무 먼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20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글리제 581c는 실은 우주의 스케일로 보면 지구로부터는 ‘무척 가까운 거리’에 해당하지만, 이마저도 빛의 속도로 20년을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위치이다.

다른 ‘슈퍼지구’들은 수백, 혹은 수천광년 떨어져 있을 텐데, 빛의 속도에 훨씬 못 미치는 우주선으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현재로서는 계산하기도 무의미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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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의류와 원격 진료시스템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스마트 의류와 원격 진료시스템 등을 포함한 유비쿼터스 기술이다.

이 영화에서 키타이 레이지로 분한 제이든 스미스가 입은 군복은 황폐화된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하겠는데, 그의 팔에는 내비게이션 밴드가 장착되어 있어서 현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의 지형을 스캔하면서 온갖 정보를 입수한다.

물론 타인과 통신하면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가 수집한 모든 정보 자체가 즉시 외부와 연결된 컴퓨터로 전송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그의 아버지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 분)는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군복 자체에 여러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서 그의 맥박, 호흡 상태 등을 파악하고 신체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며, 상태에 따라 옷의 색깔이 변하게 된다.

즉 평상시에는 고동색의 군복이 외부의 적과 같은 위험을 감지하면 검은색으로 변하고, 키타이의 신체 상태가 저하되면 연녹색과 흰색 등의 밝은색으로 다시 바뀌게 되는 식이다.

이러한 ‘스마트 의류’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의미의 라틴어로,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으로서 주변의 모든 사물이 컴퓨터화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제한받지 않으면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활발히 연구되어 왔으며, 주변의 온갖 사물과 기기들이 일일이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그 안에 내장된 각종 컴퓨터들이 외부의 컴퓨터시스템과 서로 통신하고 의사결정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을 지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스마트 의류(Smart Wear)는 고기능성 섬유에 디지털 센서, 초소형 컴퓨터 칩 등이 내장되어 있어서, 의복 자체가 외부 자극을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다.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 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특정한 컴퓨터를 의미하기보다는 스마트 의류라고 지칭하는 것이 더 넓은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 의류는 이미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바 있고, 세계 각국이 뒤따르고 있다.

미국의 센사텍스사(社)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스마트 셔츠는 고기능의 플라스틱 광섬유가 배열되어 있고, 사람의 호흡, 심박동, 혈압, 체온 등을 감지하고, 총상과 같은 부상도 파악할 수 있다.

미군은 스마트 군복과 함께 ‘랜드 워리어 파이팅 시스템(Land Warrior Fighting System)’을 개발해 왔는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 시스템은 등에 메는 프레임에 통합 컴퓨터, GPS, 교신시스템이 부착돼 있고, 디지털 지도가 헬멧에 부착된 화면에 나타나며, 이 지도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무기에 부착된 비디오카메라로 디지털 사진을 찍어, 전장의 정보를 후방 지휘본부에 전달할 수 있다.

스마트 의류는 이제 군복뿐 아니라, 민간의 의료용, 유아복, 스포츠웨어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의복 자체가 모든 것을 알아서 파악하고 처리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 기대된다.

즉 의복 자체가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접속해 사람을 대신하여 여러 가지 작업을 하거나, 병을 진단하고 스스로 치료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유비쿼터스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스마트 의류와 함께 ‘원격 의료시스템’도 영화에 등장한다.

키타이가 독성 거머리에 물려 혈액이 오염되면서 위험에 빠지자, 원격으로 컴퓨터를 통하여 모든 상황을 먼저 파악한 아버지 사이퍼가 조언해주면서 치료를 돕는 장면이 그것이다.

또한 다리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은 사이퍼 레이지가 컴퓨터의 진단과 도움으로 인공혈관 삽입 등의 자가 치료를 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러한 원격 의료시스템은 이른바 ‘유-헬스케어’ 라고도 하는데, 유비쿼터스 헬스 케어(Ubiquitous Health Care)의 약칭으로 유비쿼터스와 원격의료 기술을 활용한 건강 관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치료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유-헬스케어’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환자의 건강상태를 언제 어디서나 진단할 수 있는 생체계측 기술 및 유무선으로 이를 송신할 수 있는 통신기술 등이 필요한데, 현재 어느 정도는 유-헬스케어 서비스가 실용화되어 있다.

즉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휴대폰,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건강 상태를 진단받은 뒤, 전문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인구가 많고 유비쿼터스와 원격의료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들이 그간 연구 개발을 주도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헬스커어에 관해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대형병원과 보건소 등이 주축이 되어 유-헬스케어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만성질병환자와 독거노인 등이 많은 지역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유-헬스케어 시범사업을 벌여 왔다.

다양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반적으로 보면 SF영화치고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영화에 나오는 유비쿼터스 기술과 스마트 의류, 원격진료 등은 대부분 이미 실용화되었거나 실용화를 앞둔 수준이라, 기발하거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신기술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기 3072년의 과학기술치고는 너무 진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SF적 상상력이 다소 빈곤하지 않은가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