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NET)인증 기술

줌인리포트 - (주)은성플랜트 장상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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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생존하기도 쉽지 않은 중소기업 현실에서, 오직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다.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은성플랜트는 플랜트설계는 물론 기계 제조, 설치, 시운전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지닌 기업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2013년 기술경영인상 중소기업최고경영자부문을 수상한 장상봉 회장은 창립 때부터 기술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기술을 통해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아온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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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플랜트 공장에서는 자체 기술로 여러 산업 플랜트에 들어가는 설비를 생산한다.


시화공단의 터를 닦으며 걸어온 29년

수도권에서 대규모 산업 공단으로 유명한 경기도 시흥시의 시화공단.

이곳에는 구역마다 여러 기업이 입주해 우리나라 산업역군의 몫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장상봉 회장이 은성플랜트를 이곳으로 이전할 당시만 해도 시화공단 주변은 황무지처럼 황량했다.

은성플랜트는 그때부터 한 자리를 지키며 공단의 터를 닦았다. “젊은 시절, 설비 기계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회사에 위기가 닥쳐서 그곳이 폐업을 했어요. 그때 ‘내가 이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죠. 은성플랜트는 비록 규모가 아주 크진 않지만, 기술 하나로 30년 가까이 살아남았습니다. 세상이 점점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기술도 그에 맞추어 달라지게 마련인데, 그때마다 잘 대응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기술 개발에 투자할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기술’로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장상봉 회장은 1984년에 회사를 창립할 때부터 기술을 중시했던 만큼, 회사의 성장동력 역시 기술로 삼았다.

“대기업의 경우, 1년에 수익의 몇 퍼센트를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죠. 하지만 중소기업은 목표를 세워두고 계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기가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은성플랜트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기술에 투자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더 좋은 기술을 은성플랜트의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부단히 계속했다. 물론 때로는 그들의 역량만으로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유수 해외 기업을 비롯해 여러 대학 등과 손잡고 기술제휴를 맺으며 활로를 찾았다.

그리고 거기에 은성플랜트의 노하우를 보태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

또한 값비싼 로열티를 지급해야만 했던 해외도입 기술을 국산화하기도 했다.

“우리 회사는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우리가 다루는 플랜트나 산업 아이템의 종류만도 수십 가지에 달해요. 플랜트 하나를 건설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기기는 적게는 1천 대, 많게는 2천 대가 넘고요. 물론 창립 초창기에는 현장에 일부분만 동참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점점 입지를 넓혀 이제는 턴키 프로젝트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 역시 결과적으로는 전문기업인 우리와 협력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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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플랜트에서는 모든 직원이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이 곧 영업력

현재 은성플랜트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 있는 여러 선진 기업을 비롯해 대학, 기관 등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한국 기업이 찾아와 기술 제휴를 맺자는 제안에 난색을 보인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장상봉 회장은 그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기술제휴를 맺고, 지금까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우리 회사가 외국 기술을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점을 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승적인 관점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선진 기술을 정당하게 사용하고 그들은 로열티를 받으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앞선 기술을 끊임없이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려는 노력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은성플랜트만의 경쟁력이 됐다.

은성플랜트와 거래하는 주요 고객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글로벌기업인 카길의 필리핀 공장 역시 은성플랜트가 프로젝트를 일괄수주했고, 샘표식품의 경우 설비마다 은성플랜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2009년에 완공한 한국제분 플랜트는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처럼 ‘작지만 강한 기업’이란 은성플랜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일단 한 번 거래를 트면 계속해서 거래처와 동반관계를 유지할 만큼 신뢰가 깊어요. 우리 설비나 기계를 설치하면 고장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게 곧 우리의 영업력이기 때문입니다.”

장상봉 회장은 은성플랜트의 자랑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은성플랜트의 모든 직원이 곧 ‘연구원’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인원만 연구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연구 개발을 생활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인 자신이 솔선수범해 직원들을 진정한 기술자로 길러 낸다.

장상봉 회장의 뒤를 이어 은성플랜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장홍일 사장은 “장상봉 회장님 밑에서 기술을 배운 직원은 어디에 가더라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고 전한다.
 
때로는 혹독하리만큼 엄하게 가르치지만, 그 과정을 거친 후에는 어떤 프로젝트라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는 까닭이다.

“기업을 경영하려면 관리자도 영업사원도 있어야죠. 하지만 우리 회사의 업은 기본적으로 기계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술 없이는 남보다 앞서나갈 수가 없어요. 실제로 우리 회사 직원의 90%는 모두 기계를 전공한 엔지니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상 업무를 할 때에도 모든 것이 기술과 연관되어 있죠.”


신기술로 새로운 시장 개척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것은 은성플랜트가 앞서 위기를 감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이었다.

우리나라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던 지난 IMF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장상봉 회장이 선진기술 습득에 관심을 두고 발 빠르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1988년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사무실에 들였어요. 그리고 1990년대 초중반에 수작업으로 하던 설계 업무를 컴퓨터 캐드(CAD)로 전환했습니다. 대기업 못지않게 빨리 투자한 셈이죠. 그래서 IMF가 오기 2년 전에 구조 조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IMF를 혹독하게 겪긴 했지만, 덕분에 위기를 잘 극복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같아요. IMF 때 넘어진 회사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때부터 업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성장해왔으니까요.”

은성플랜트는 여타 중소기업보다 자체 설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에 대한 장상봉 회장의 굳은 의지가 반영된 대목.

더불어 그는 길게는 15년에서 20년 이상 제조에 동참해온 숙련공들을 은성플랜트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이 달라지면서 은성플랜트도 또 다른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은성플랜트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공동주택 쓰레기 자동집하 시스템(Automatic Waste Collection System)이다.

“쓰레기 자동집하 시스템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를 지하에 매설된 관로를 통해 2 ~ 3km 떨어진 집하장으로 자동으로 보내수거, 처리하는 시스템이에요. 이 시스템이 적용된 주거단지는 주변에 쓰레기가 방치된 곳이 없어 더욱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죠. 비가오거나 눈이 와도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고요.”

은성플랜트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이 시스템 중 특히 관로 시설, 집하시설 등은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의 다양한 기술 검증과 성능 테스트를 거쳐 ‘공동주택 생활폐기물 투입용 에어실린더를 이용한 이중 링크형 자동잠금장치기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로부터 신기술 인증(NeT : New Excellent Technology)을 받았다.

이는 관련분야에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실적이다. 연관되는 산업재산권도 10여 건 이상이다.

“산업 플랜트와 설비 부문에서는 전문기업으로서 인지도가 많이 쌓였어요. 인력으로 이루어지던 모든 생산 과정을 상당 부분 기계화하고 자동화시켰죠. 은성플랜트가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이 됩니다. 전국을 다녀 보면 여러 산업 공장 가운데 우리 기술이 안 거친 데가 없어요.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미력하나마 이바지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은성플랜트 창립 후, 강산은 수차례 변화했다.

그 사이 세계를 둘러싼 산업 트렌드는 ‘천지개벽’이라고 할 정도로 달라졌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는 추세다.

그러나 은성플랜트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변화를 새로운 기술 개발로 유연하게 넘으며, 남보다 먼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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