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창조경제 시대의 창의적 인재 양성
최근 들어 교수들과 같은 전문가들 사이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도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여 창조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 또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창조경제란 용어는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산업경제의 시대가 그 수명을 다함에 따라 이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1990년대 말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 기술과 ICT에 접목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 콘텐츠와의 융합과 창업을 통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산업과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조경제의 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적 인재는 누구이고 어떻게 양성되어야 할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창의적 인재 양성에 부적합
우선 창의적 인재란 도대체 어떤 인재인가? 과연 창의력이란 무엇인가?
창의력이란 다른 사람과는 다른 독특하면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능력이다. 이러한 창의력은 지능지수가 높다고 반드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은 비교적 탁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높은 지능지수가 우수한 창조력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창조경제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2008년에 유엔 산하 UNCTAD가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조산업이고, 창조산업이란 창의성과 지적 자산을 주로 투입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제작, 생산 및 유통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1997년부터 창조산업정책을 입안하여 수행하고 있는데,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개인의 창의성과 기술이 이러한 창조산업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고 교육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미래가 있다”라고 얘기한 것처럼 우리의 현재 인재양성 시스템으로는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
왜냐면 우리가 익숙한 현재의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산업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에 적합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린 공대의 실험을
통한 미래의 교육 시스템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시스템을 통째로 바꾼 대학 중 하나가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근교의 작은 도시 니덤에 위치한 프랭클린 W. 올린 공과대학(Franklin W. Olin College of Engineering)이다.
올린 공대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을 먼저 가르치고 실습을 하는 기존 대학과는 달리 1학년 신입생 때부터 학생이 주어진 프로젝트를 먼저 수행하고 나중에 이 프로젝트에 적용된 이론을 이들에게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이 대학은 이와 같은 새로운 학습법을 통해 물리, 수학, 역학 등의 이론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선호하는 창의적이면서도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실습 프로젝트에서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자기 주도적으로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육의 방점(傍點)은 모든 학생들이 4학년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SCOPE(Senior COnsulting Program for Engineering)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학교와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많은 경우 자신들이 실제로 해결하고자 고민하고 있지만 해결방안을 모르는(Open-Ended)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 수행을 도와줄 멘토와 테스트 장비 및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올린 공대는 지도교수, 프로젝트 공간 등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원을 제공하고,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은 1년 동안 중간 연구결과를 정기적으로 자신들을 후원하는 협력 회사에 보고해야 하며, 프로젝트 보고서와 공개 발표를 통해 자신의 최종 연구결과를 이들과 공유한다.
이와 같이 교과서 중심의 교육 대신 현장 실무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산업체가 필요한 업무 역량과 문제 해결에 필요한 창의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교육 시스템의 개혁을 시도하는 또 다른 움직임은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기반으로 한 혼합형 학습법(Blended Learning)이다.
혼합형 학습방법은 사이버 공간에서 수행되는 온라인 학습의 시간적 · 공간적 편리성과 효율성, 반복학습 등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강의실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토론과 멘토링을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함으로써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학습의 장점을 결합할 수 있다.
MOOC는 웹을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강의 콘텐츠와 교수, 학생, 교육조교들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교육 프레임을 제공하는 원격 강의 시스템으로서 스탠포드 대학을 중심으로 프린스턴 대학, 펜실베이니아 대학, 미시간 대학 등 28개 대학으로 구성된 Coursera와 MIT를 중심으로 하버드대, UC-버클리대 등으로 구성된 edX 등이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글로벌 대학총장 포럼’에 참석한 전 세계 연구중심 대학 총장과 교육전문가를 대상으로 KAIST는 새로운 스마트 러닝 모델로서 ‘Education 3.0’을 소개했다.
‘Education 3.0’은 IT기술을 활용하여 대학 교육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저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수강하고, 강의실에서는 학생들 간 또는 학생과 교수 간에 문제-기반 학습(Problem-based Learning)을 위해 토론이 이루어지는 학생-중심의 학습법으로서 우리가 익숙한 전통적인강의-중심 수업과는 다르다.
MOOC과 ‘Education 3.0’은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 아닌 자기주도형 학습으로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자기주도형 수업을 통해 이론을 습득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정기적으로 모여 문제-기반 학습을 통해 제시된 실제적인 문제를 협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학습자들이 공동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논의한 후, 개별학습과 협동학습을 통해 해결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계발되는 학습 방식이다.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
지난 3년 동안 2만 달러 초반대에 묶여있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를 열어 가고 이번 정부의 중점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창조적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100여 년 동안 큰 변화없이 진행된 ‘틀에 박힌 교육’ 대신 학생들이 관심 있고 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춰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론과 협력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교육’ 패러다임이 도입되어야 한다.
창의적 교육 패러다임 도입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