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망각과 지구 침공 이후의 인류 '오블리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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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주연의 SF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이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감독인 조셉 코신스키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편이나, ‘트론’으로 SF감독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적이 있다.
 
미래 인류의 전쟁과 음모, 그리고 제목 그대로 망각(Oblivion)과 관련된 줄거리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톰 크루즈가 신중히고른 SF영화답게 다양한 미래 기술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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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하게 버무려진 SF영화,
오블리비언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제목이 의미하듯 과거의 기억을 삭제당한 채 상부를 지시를 받아 일하는 것으로 나온다.

즉 외계 침략군의 지구 침공이 있었던 날 이후, 인류는 핵전쟁까지 벌이며 침략군을 물리치는 데에 성공했지만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잭 하퍼(톰 크루즈 분)는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분)와 짝을 이뤄 지구에 남아서 묵묵히 정찰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의 주요 업무는 매일 정찰기로 맡은 구역을 돌아보면서, 침략군 잔당의 표적이 되어 고장 나거나 문제가 생긴 드론(무인전투기)을 수리, 유지보수하고 바닷물을 이용한 거대 에너지 시설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지구에 착륙한 정체불명의 우주선과 여성 생존자(올가 쿠릴렌코 분)를 발견한 잭 하퍼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과거기억의 파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현재의 상황에 혼란을 느끼면서, 감춰진 진실을 찾아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과거 유명 SF영화들에서 한두 번쯤은 본 듯한 여러 가지 장면과 요소들이 그럴듯하게 버무려진 느낌을 받는다.

‘토탈리콜’과 ‘매트릭스’에 나오는 기억의 삭제 및 가상과 현실의 혼동, 여러 우주SF 영화에 나오는 행성 탐사, 그리고 인간복제 등이 그것이다.
 
이번 호에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인공 동면 기술, 무인항 공기 드론 등에 대해 주로 살펴보기로 한다.


타이탄은 어떤 곳인가?

이 영화에서 인류가 새로운 터전으로 삼아 이주한 곳으로 알고 있는 타이탄(Titan)은 원시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고 태양계의 천체중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 곳이기도 하다.

타이탄은 그동안 많은 과학자와 SF소설가들의 관심을 끌어온 유로파(Europa)와 닮았다.

유로파는 화성처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매우 큰 곳으로 예전까지 잘 알려져 왔던 목성의 거대 위성이다.

저명한 SF 작가인 아서 클라크는 1980년대 초에 쓴 장편소설 ‘2010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가상한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중국의 유로파 탐사선이 연료 재급유차 유로파의 대운하 옆에 착륙했다가 정체불명의 외계생물과의 충돌로 우주선이 완파되면서 모두 사망한다는 내용이다.

그 와중에 중국 우주선의 마지막 생존자는 극적으로 “유로파에 생물이 있다. 다시 반복한다. 유로파에는 생물이 있다”는 최후 통신문을 지구에 타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아서 클라크 원작에 스탠리 큐브릭이 1969년에 감독한 기념비적인 SF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Space Odyssey)’에서 보았음직한 여러 익숙한 장면들이 ‘오블리비언’에도 등장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목성과 유로파 탐사가 타이탄으로 바뀌었을뿐, 아서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SF 시리즈를 많이 차용한 듯하다.

타이탄 탐사 우주선의 이름부터가 ‘오딧세이호’인 걸로 봐서 아서 클라크에게 예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의 이름을 딴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중에서 가장 크고, 태양계 위성 전체를 통틀어서도 목성의 제1위성 ‘가니메데’ 다음으로 크다.
 
지구의 위성인 달의 1.5배 정도 크기이며, 행성인 수성보다도 더 크다.

그리고 타이탄에는 물이 얼음의 형태로 다량 존재할 뿐 아니라, 지구처럼 질소가 주성분인 대기가 있다.

2004년에 미국과 유럽의 공동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호가토성 궤도에 진입하여 작은 탐사체를 타이탄에 낙하시키면서 근접촬영한 결과, 더욱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즉 얼어붙은 표면에 지구 생명체의 기원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탄소 함유 유기물질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액체 상태의 메탄이 비처럼 내리고 표면을 흘러가는 등,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각운동, 화산활동, 기상현상 등과 매우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영화에서 타이탄을 주요 소재의 하나로 삼은 것도 이러한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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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동면 기술은 가능할까?

인간 동면 기술은 이번 영화뿐 아니라, 우주여행을 소재로 한 여러 SF영화에서의 이미 자주 등장한 바 있다.

위에서 언급한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비롯해서, ‘에이리언(Alien)’,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로스트 인 스페이스(Lost in Space)’ 등에서도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간 동면 장면들이 나온다.

몇 년에서 몇십 년 이상의 오랜 세월을 우주선 안에서 보내야 하는 우주비행사와 여행객들이 그동안 신체적인 노화를 늦추며 시간을 버는 동시에, 식량을 비롯한 생활자원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일부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자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영화를 보면 단순한 동면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훨씬 낮은 온도로 완전히 냉동을 시키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기도한데, 인간 냉동기술은 동면과는 약간 다른 범주이다.

인간 동면 기술은 개구리, 뱀 등의 변온동물이나 곰, 다람쥐 등이 겨울잠을 자듯이 약간 낮은 온도에서 에너지의 소모량을 줄이는 것이므로 호흡이나 맥박 등은 낮으나마 유지가 되는 상태인 반면에 ‘인간 냉동’ 기술은 인체를 완전히 꽁꽁 얼려서 모든 기능이 정지된 채로 장기 보관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인공 동면 기술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원리적으로 보자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곰, 두더지, 다람쥐 등 인간과 소속이 같은 포유류의 여러 동물들도 동면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인공 동면과 매우 유사한 원리를 의학에서 응용하고 있다.

외과의 심장 수술 등에 활용되고 있는 ‘저체온 수술법’은 체온을 낮추어서 인간의 신진대사를 거의 멎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인공 동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수술을 끝낼 수 있는 몇 시간 정도가 저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현재의 수준으로서 그 이상은 견디기 어렵고, 체온 역시 고작 몇 도 정도를 떨어뜨릴 수 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는 타이탄 탐사선의 모선에서 분리되어 긴급 탈출한 승무선들이 동면 상태로 무려 60년을 떠돌다가 지구에 착륙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처럼 장거리 우주여행에 이용될 정도로 몇 년, 몇십 년 이상씩 동면하면서 수명과 에너지를 아낀다는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요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물의 동면에 관련해서, 동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및 작용하는 유전자 등에 관한 여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산 줄무늬다람쥐의 동면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이 다람쥐의 평소 활동시의 체온은 인간과 비슷한 섭씨 36.7도이지만 동면 시에는 섭씨 4.4도까지 내려가고, 산소의 소모량도 깨어있을 때의 2%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만약 동물의 동면 메커니즘을 정확히 밝혀내고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확립한다면, 미래에는 동면을 통하여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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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실용화된 무인전투기, 드론(Drone)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소재는 바로 무인전투기 드론(Drone)이다.

생김새와 비행하는 모습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소형 우주선을 연상하게 하는데, 주로 곳곳에 숨어서 저항하는 외계 침략군 잔당들을 소탕하는 역할을 한다.

무인전투기는 미국 등지에서 이미 1990년대부터 개발되어, 실전에서도 응용된 바 있다.

약탈자라는 뜻을 지닌 미국의 무인기 ‘프레데터(Predator)’는 중고도 무인정찰기로 개발되었고, 저공비행을 통해 지상 목표물에 관한 정밀 정보를 수집하여 성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과 1999년 코소보 공습작전 등에 참가하였고, 2001년부터는 정찰 임무뿐 아니라,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전차파괴용 무인공격기로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서도 활용된 바가 있다.

또한 미국 공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1998년부터 제작되어 높은 고도에서 매우 넓은 지역을 24시간 정찰하고 기지로 귀환할 수 있다.

글로벌 호크에 의하여 수집된 정보는 인공위성통신망을 통해 지상에 있는 기지로 전송되고, 적외선탐지시스템등을 이용하여 적기의 움직임을 탐지하여 화상정보를 제공하는 등 작전지원 기능도 지니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국방부가 미래의 전장을 무인 로봇기반으로 재편성하는 미래전투체계(FTS)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드론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무인전투기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을 비롯한 여러 군사강국들에서 관심을 둔데 이어 최근에는 우리나라와 북한까지 그 관심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전투기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만약 드론이 ‘살인 결정권’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전쟁포로와 부상자, 민간인을 보호하는 교전규칙을 담은 제네바협약을 비롯한 국제규범을 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드론의 민간인 오폭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영화에서도 드론이 인간을 무차별 사살하면서 그 앞을 주인공 잭 하퍼가 막아서자, 함께 사살할지에 혼란을 겪는 장면이 나온다.

휴먼 로봇이 인간과 친구처럼 지내는 미래 사회를 생각할 때조차도 여러 가지 우려와 경고가 제기되는 마당에, 무인전투기 드론과 로봇들이 일상적으로 전투와 전쟁에 활용된다면 그에 따른 파장과 윤리적, 법적 문제들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