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리포트 -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출의 교두보가 되겠습니다
넬슨 만델라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2010년 월드컵으로 유명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프리카 최대 부국이면서도 우리나라와는 그저 그런 관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일성엔지니어링이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송전선로 건설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은 듯하다.
디지털 도통봉과 IDRS-4000 같은 새로운 장비를 개발한 기술력과개척자 정신으로 이뤄낸 쾌거인 것이다.
김삼두 ㈜일성엔지니어링 대표로부터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의 의지를 들어보았다.
봄바람과 함께 맞은 남아프리카 송전선로 준공
꽃샘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3월의 어느 월요일. 부산 동래구 일성엔지니어링으로 가는 도로 변에는 봄을 알리는 꽃들이 한꺼번에 만개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동백까지 어김없이 피어난 봄꽃들은 계절의 변화를 새삼 실감하게 했다.
겨울이 길수록 더욱 기다려지는 봄, 김삼두 일성엔지니어링 사장 또한 봄을 간절히 기다린 이들 중 한 명이다.
지난 2011년 12월에 대한민국 최초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정식으로 계약한 ‘머큐리 - 코모디간 400KV 송전선로 건설공사’가 4월이면 마침내 준공되기 때문이다.
설계 변경으로 인해 공식 준공은 8월 말로 연기되었지만 봄소식은 그만큼 준공 날짜와 가까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남아공과 전기공사 정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저희 일성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이 저희를 밟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되겠습니다.”
김삼두 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이렇듯 야심찬 포부를 밝힌다. 일성엔지니어링은 부산에 본사를, 그리고 경기도에 지사를 두고 있는 전기, 토목, 환경 관련 공사 전문업체이다.
그동안 한국전력공사, 삼성물산, 대한전선 등의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꾸준히 수주해왔다. 특히 관로 도통시험과 확장공사, 보수공사 분야에선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관로공사에 획기적 변화 가져온 ‘디지털 도통봉’
일성엔지니어링이 중소기업이면서도 대형 거래처의 믿음직한 협력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03년 개발한 ‘디지털 도통봉’과 이 장비를 활용한 전력신기술 제14호(관로굴삭기와 확장기를 이용한 지중케이블 관로비굴착 도통공법)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10년간 거래를 계속해오고 있는 것도 그러한 독창적 기술력 덕분이다.
일성엔지니어링이 자체 개발한 ‘디지털 도통봉’은 관로 공사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장비이다. 일반인에겐 낯설지만 전국 방방곡곡의 땅 밑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관로의 도통시험을 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전력 관로의 지중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함에 따라 지중 전력 관로의 비중이 계속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지중 전력 관로들은, 시공상의 불량 및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가 막히고 찌그러지거나 구부러져 전력선을 입선하는데 많은 문제점이 발행한다.
디지털 도통봉은 지중 전력 관로들의 내부 상태를 관찰하고 파악하도록 만든 검사장치(도통시험 장치)로서 CCTV촬영뿐만 아니라 관로의 내경, 긍장(길이), 구배, 인입장력, 측압, 곡률 반경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전의 도통봉은 크기가 일정해서 관이 작아지거나 구부러져 있으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일성엔지니어링이 개발한 디지털 도통봉은 장애물에 부딪치면 장비 스스로 움츠러드는 기능이 있어서 계속 전진하면서 관 내부를 검사할 수 있다.
또한 지반의 변화 등으로 인한 지중관로 변형시 관로확장기로 변형된 관로를 비굴착으로 복구 가능하다.
전력신 기술 제14호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신기술로서 지중 전력관로에 대하여 점검과 조치를 동시에 시행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도통봉은 김삼두 대표가 직접 제작한 신기술 장비로 신기술 개발에만 2년이 걸린 야심작이다.
그 자신이 기술사로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고 맨홀 안을 관찰하길 밥 먹듯이 하며 개발한 장비여서 더욱 애착이 간다.
2012년에는 ‘측정장치를 이용한 지하전력 시설물 빈 관로의 위치와 깊이 조사공법’으로 전력신기술 제94호 인증을 받았고, 2013년에는 ‘지중 및 지상 탐지장치를 이용한 지하 매설 관로의 위치와 깊이 측정 기술’로 신기술(NET)을 획득하였다.
일성엔지니어링은 디지털 도통봉 개발 경험을 살려 측정장비인 IDRS-4000 및 IPD-4000 역시 자체 개발했다.
지중 관로 탐사장비 IDRS-4000과 지상탐사장비 IPD-4000을 이용하여 지중관로의 위치와 깊이를 탐사한다. 이것 또한 우리나라 지하 매설관 작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었다.
현재 우리나라 땅밑에 매설된 상 · 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 송유, 열난방 관로들은 그 위치나 높이가 전부 제각각이다.
지하 관로 설계도가 있다 해도 실제 매설된 위치나 높이가 설계도와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관로공사 업체들은 가스관 폭발사고나 상 · 하수도관 누수사고의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설계도만 믿고 땅을 파다가 언제든 가스관이나 수도관, 통신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성엔지니어링이 개발한 신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맹점들을 훌륭하게 극복할 수 있다. 지하에 매설된 관의 위치와 깊이를 정확하게 알아내 관 매설이나 보수공사 등의 안전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땅 속 매설관을 따라가며 관로의 깊이와 방향을 탐지하는 IDRS-4000과 지상에서 지면의 높이를 측정하는 IPD-4000을 통해 깊이와 높이 방향을 탐지하고 이를 위치정보처리부에서 데이터로 처리해 보고서로 작성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는 300개나 난립하고 있는 측량업체들이 개발할 엄두를 못낸 기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행기의 전기항법장치와 전기, 전자, 기계공학이 융합된 최첨단 기술이어서 개발 과정만 6년여가 소요되었다.
말 그대로 뚝심과 집념이 없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결과물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서 20년 후에는 상 · 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 송유, 열난방 등 우리나라 모든 지하매설물의 지도를 3D로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도가 완성된다면 우리나라의 공사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므로 사명감을 가지고 이뤄내겠습니다.”
(김삼두 대표와 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이 열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블루오션만이 살 길임을 깨달아
김삼두 대표는 이렇듯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하길 즐긴다. 더불어 자신의 도전 목표를 반드시 이뤄낸다는 의지와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그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은 시공업체에서 일한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원래 그는 시공업체에서 전기공사 관련 일을 하면서 지냈다. 시공업체 현장소장으로부터 “일 잘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기도 했다.
시공업체에서 일하는 3년 동안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 적이 딱 한 번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1주일에 반은 철야였고, 야근은 일상이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토록 열성적이었음에도 다시 수주를 따내지는 못했다. 시공업체 대표와 다른 전기공사업체가 동기동창이라는 이유로 공사 계약이 다른 업체로 넘어간 것이다.
김삼두 대표는 그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혹은 능력이 뛰어나도 성공할 수 없음을 절감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어렵기 때문에 남들이 꺼리는 분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분야는 블루오션인 만큼 어렵지만, 대신 성공하면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할 수 있었다. 관급공사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당시 경험 덕분이었다.
일반 대기업 하청공사는 허울만 좋았다. 인건비가 정부 노임에 많이 못 미치는 경우마저 있어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신기술과 새로운 장비를 개발해낸 것도 이렇듯 블루오션을 뚫기 위한 과정이었다.
앞으로 20년을 내다본 남아공 진출
2011년 12월 우리나라 최초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력회사인 ESKOM과 ‘머큐리-무코디간 400KV 송전선로 건설공사’ 정식 계약을 체결한 것도 블루오션 전략의 일환이었다.
남아프리카 현지회사인 LPJ SA사를 설립해 계약을 이뤄냈는데, 총 수주금액은 193억 3,300만 원에 달한다.
송전탑을 약 300개 건설하는 내용으로 현재 80% 이상 공정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김삼두 대표가 최종 계약자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지회사인 LPJ SA를 세우고 입찰자격을 획득하는 과정까지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그러나 리스크가 많다는 이유로 최초 공동투자를 계획했던 이들이 모두 두 손을 드는 바람에 김삼두 대표 단독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공사 시작 시점에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아 자금조달 면에서 애로사항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삼두 대표는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한다. 무엇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장전망이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첫공사를 하는 만큼 마진율이 높고 후속사업 수주의 가능성도 높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30년까지 2만 2,000㎞의 송전선로를 구축할 예정인데, 일성엔지니어링에게는 자동으로 입찰 자격이 부여된다.
특히 송전선로 건설업체가 9개 밖에 되지 않아 이들 업체가 모두 공사에 참가해도 한 업체당 2,000km 이상을 담당할 수 있다. 그만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가장 발전된 나라로 인근 아프리카 중부지역으로 전기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력은 우리나라보다 20 ~ 30년 뒤져 있어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김삼두 대표는 당장이 아닌 앞으로 20년을 내다보고 진출했음을 강조한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 노보텔에서 열린 송년회 겸 워크숍에서 김삼두 대표는 직원들에게 다음의 말을 강조했다.
“다른 건 몰라도 복지에서만큼은 삼성전자 직원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기술과 시장 양쪽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한 기업답게 자신감 넘치는 목표가 아닐 수 없다. 김삼두 대표가 자신하는 이유가 있다.
일성엔지니어링이 도전하는 분야가 블루오션이니만큼 사업의 마진율은 다른 회사에 비해 높을 것이다.
그는 그런 회사의 이익을 직원 복지로 돌리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삼두 대표는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중소기업최고경영자부문 기술경영인상을 수상했다.
기술이면 기술, 영업이면 영업 모든 면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인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상은 김삼두 대표와 일성엔지니어링의 활짝 피어나는 미래를 암시해주는 봄꽃처럼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