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Essay - 세계 으뜸 과학기술, 자랑스런 대한민국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를 앞세워 5위에 올랐다. 시차 관계로 심야에 경기가 펼쳐질 때도 우리 선수들이 분투하는 실황중계를 보느라 잠을 설치기도 했다.
종목마다 전 세계에서 최고들과 겨뤄 메달을 딸 때마다 국민들은 하나가 되어 쾌재를 외치며 즐거웠다. 시상대 디자인은 공개응모에서 뽑힌 우리 유학생들의 작품이었다.
그래서 외국선수들이 상을 받을 때도 시상대의 아름다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뿌듯해했다. 승리한 운동선수들이 올라서서 메달을 받고 손을 흔드는 시상대, 그것은 한국인의 창의에서 솟아난 세계 으뜸의 명품자리인 것이다.
2007년 11월, 국가최고기술자격인 ‘기술사의 날’에 정부포상 후보자로 추천된 공적조서를 검토하며 짜릿한 희열과 깊은 감동으로 출렁거렸다.
세계 최고층(162층, 높이 828m)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빌딩 입찰 시공기술제안서 작성과정의 강선종 기술사에 관한 공적조서 내용 때문이었다. “경쟁회사들이 작성할 수 있는 기존 형태의 기술제안서는 만들지 말자.” 시공기술제안서 작성 팀장인 강선종 기술사의 결의에 찬 업무지침은 혁신을 향한 타오르는 불길을 연상케 했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결의 같았다. 그는 국내외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 건설 현장 일곱 곳에서 기술경험을 축적한 엔지니어다.
강 팀장은 작업 방향을 제시하고 팀원들과 함께 백여 일 동안 한몸이 되어 시공기술제안서를 완성했다.
이 시공기술제안서는 세계적으로 대형 건설사 30개사가 여덟 개 그룹의 협력업체로 묶어 참여한 입찰 경쟁에서 단연 으뜸의 평가를 받아 공사수주에 성공했다.
건설기간이 짧고 건설비가 저렴하여 경쟁업체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강 팀장과 팀원들이 두바이 현장에 투입되어 건설한 세계 최고층 빌딩은 한국건축기술의 꽃으로 하늘 높이 피어 있다.
건축의 경계를 넘어 코리아의 브랜드로 위용을 떨치고 서 있다. 이는 강선종기술사와 그 팀, 그 회사의 영예를 넘어 우리 국민 모두의 자긍이요 감격 아닌가.
중동을 여행한 많은 국민들이 부르즈 할리파와 만나면 한국인임이 새삼 영광스럽고 한없이 감격스럽단다.
건물 벽엔 참여한 한국 건설인들의 이름과 사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서울 근교 가장 높은 산인 북한산 백운대 높이만큼 직선으로 솟구친 건물을 한 번쯤 영상으로 본 국민들은 마치 자신이 이룩한 일처럼 시원함을 맛보았을 것이다.
공적조서에서 살펴본 기술제안서의 핵심은 삼일공법이었다. 그 거대한 구조물의 철골을 삼일에 한 층씩 완성한다. 그에 따른 콘크리트도 견고하게 양성되도록 새 공법으로 시공했다.
당연시 여겨지는 것을 뒤집는 창의는 눈부신 기술발전을 견인해오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의 투철한 기술 중시 경영철학이 전자왕국 · 조선왕국을 만들었다.
자동차가 세계시장을 질주하고 철강기술이 우뚝 섰다. 융복합 기술로 상징되는 원자력발전소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시성(詩聖) 타고르가 예찬한 ‘동방의 등불’처럼 우리는 세계 속에 기술 강국으로 반짝반짝 빛을 발산하고 있다.
지금 2만 5천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연구소가 우리 기술을 떠받치고 있다. 이 연구소들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핵심 역할을 한다.
연구소에서 이루어진 창의와 기술혁신이 세계 4위에 오른 특허강국의 자리를 빛내고 있다.
내친김에 세계 으뜸 상품 한 가지씩만 보유하면 2만 5천 가지의 세계일등 상품과 서비스를 보유한 국가가 되리라는 기대를 한다.
세계 으뜸 기술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외로움과 싸우고, 자연의 속살까지 들여다보며 매진하는 연구원들과 오차 없는 정밀과 섬세를 지향하는 엔지니어들의 땀으로 범벅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IR52 장영실상 수상자들이나 이달의 엔지니어상 수상자들의 기술개발내용들도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라도 모두 같은 맥락의 창의정신과 노력의 반열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는 20-50클럽에 진입했다고 기뻐했다. 국민 1인당 소득 미화 2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이상인 나라는 지구상에 7개 국가뿐이다. 이 그룹에 우리가 당당하게 들어간 것이다.
국민소득 60달러에서 2만 달러에 이르기까지의 빛나는 기적의 탑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크게 보아 보다 나은 삶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열정과 지도자들의 예지가 녹아있다.
그런데 미시적으로 깊이 있게 관찰하면 우리가 열심히 추구해온 과학기술의 선진화가 핵심이다.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이 풍요로운 나라를 제외하고 앞선 기술 없인 국민소득 3천 달러에 이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 아닌가.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연구하고 설계하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뛰어난 기업가들이 세계시장을 누비며 벌어들인 달러를 나누어 놓은 것이 국민소득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
소총 한 자루 만드는 기술이나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일제에 강점당해 핍박받던 나라가 이만큼 치고 올라서기까지는 그간 대통령들의 줄기찬 과학기술 진흥정책, 기업인들의 기술 중시 경영, 우수인재들의 이공계 진출이 잘 어우러진 결실이다.
이따금 결혼식 주례를 보는 일이 있다. 억지 춘향이 노릇이나 진배없다. 인생에서 결혼식은 가장 큰 경사요 중요한 의식이다.
주례사전반부는 신뢰와 사랑에 바탕을 둔 행복론이다. 내 주례사의 후반부는 과학기술인 예찬과 기술부국론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 살며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는가. 그 중심은 앞선 기술이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기술로 판가름 난다. 앞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기업도 쇠락한다. 이것이 과학기술시대의 냉엄한 현실이다.
뛰어난 품질과 저렴한 상품 속에는 최고 기술이 내재되어 있다. 그 기술은 우리 연구인들의 탁월한 창의력과 엔지니어들이 쌓아올린 노하우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머리 좋은 자녀는 이공계로 진출시켜 부국강병의 애국자가 되게 해야 한다. 경제도 국방도 과학기술력에서 나온다.
따라서 자녀는 셋 이상 낳되 우수한 자녀는 꼭 이공계로 진출시켜 국력의 기둥이 되게 하라고 강조하며 주례사를 마친다.
하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특히 신랑 부모가 친 박수에 힘이 있어 보인다.
부르즈 할리파 [ Burj Khalifa ]
할리파는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이름인 할리파빈 자이드 알나하얀(Khalifa bin Zaid al-Nahayan) 에서 따온 것이며, 부르즈는 아랍어로 '탑'이라는 뜻이다.
개장되기 전까지의 명칭은 버즈 두바이(burj dubai)였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신도심 지역에 건설된 초고층 건물로서 전체 높이 828m, 면적은 33만 4000㎡이다.
2004년 9월 21일 착공하여 38개월만인 2008년 4월 8일 전체 지상 높이 630m에 도달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이 되었다.
한국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사로 참여하여 3일에 1층씩 올리는 최단 공기(工期) 수행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총 공사비 15억 달러가 소요되어 2009년 10월 완공되었으며, 2010년 1월 4일 개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