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잭과 콩나무, 그리고 거인족의 생존
잭 더 자이언트 킬러
어릴 적에 다들 들어봤을 법한 동화 ‘잭과 콩나무’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최근 국내외에 개봉된 바 있다.
‘엑스맨’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영국의 유명한 전래동화에 곁가지를 덧붙여 만든 ‘잭 더 자이언트 킬러(Jack The Giant Killer)’는 SF라기보다는 판타지 액션영화에 가깝지만,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살펴볼 만한 대목들도 적지 않다.
이 영화를 모티브로 거인족과 생명과학기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동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
우리가 아는 원작 동화의 내용, 즉 가난한 소년 잭이 거대하게 자란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거인의 귀중한 물건들을 훔친후에 결국 거인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영국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지만, 약간씩 내용이 다른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고 한다.
다만 공통적인 것은 소년 잭이 사악한 거인을 죽였다는 점이고, 그 시기는 아서왕의 통치 기간이라고 한다. 영화의 시작 역시 동화와 거의 같다.
영국 ‘클로이스트’의 시골 농장에서 삼촌과 함께 살고 있는 소년 잭(니콜라스 홀트 분)은 시장에 말과 마차를 팔러 갔다가, 돈 대신 콩만 몇 알을 얻고 돌아온다.
삼촌에게 꾸중을 들은 잭에게 시장에서 만났던 낯선 아가씨가 찾아오는데, 세찬 비바람을 피해 잭의 집에 들른 이는 바로 왕궁을 떠난 공주 이자벨(엘리너 톰린슨 분)이었다.
잭이 얻어온 콩이 물에 젖어 하늘로 무섭게 뻗어 오르면서 이자벨 공주는 거기에 휩쓸려 사라지고 만다.
거대한 콩나무로 인해 공주가 당도한 곳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간투아’라는 곳으로, 무섭고 흉측한 거인들이 사는 땅이다.
하늘로 뻗은 콩나무 덕분에 인간의 세계와 거인의 세계가 연결되고, 오래 전에 인간들의 땅에서 추방당했던 거인들은 잃었던 땅을 되찾기 위해 봉기하면서 인간 세계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잭은 자신이 흠모하던 공주를 찾아오기 위해 왕의 호위무사 엘몬트(이완 맥그리거 분) 등과 함께 콩나무를 타고 ‘간투아’로 올라가면 서 거인족들과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구도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등이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과도 유사한 측면이 많아 보인다. 즉 거인족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신비의 ‘왕관’은 ‘절대 반지’를 연상하게 한다.
또한 큰 몸집에 흉한 몰골을 한 거인족들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크족 혹은 트롤들과 유사한 캐릭터이다. 거대한 거인들에 비해 인간들은 작고 날렵한 ‘호빗’과 같은 존재로 보인다.
머리 둘 달린 인간과 거인족은 가능할까?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거인족처럼 몸집이 커다란 인간 혹은 인간에 가까운 영장류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생존이 가능할까?
거인족 혹은 역으로 난쟁이와 같은 작은 인간들이 실제로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오래 전에 이에 관한 저술을 남긴 ‘근대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의 연구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저서 ‘신과학대화’ 등에는 사람이 아주 작게 축소되었을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부피와 표면적에 따른 에너지 대사량의 변화, 소화능력의 관계 등을 들어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즉 예를 들어서, 만약 사람이 키를 기준으로 1/10 정도의 크기로 갑자기 줄었다면, 표면적은 약 1/100 정도로 줄어들고 부피는 거의 1/1,00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피부 면적에 비해 부피는 훨씬 큰 비율로 줄어들게 되는 셈인데, 이는 에너지 대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피부를 통한 열의 손실 등은 피부의 면적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에너지의 소모가 큰 반면에,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은 부피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에너지의 섭취는 상대적으로 더욱 작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쟁이처럼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거인족처럼 커지는 경우라면 적어도 에너지 대사에 따른 문제점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거대한 몸집과 체중을 지탱하기 위한 근육과 심장 등의 순환계가 문제될 수 있다.
즉 키가 몇 배가 된다면 면적은 그 제곱에 비례해서 늘어나지만, 부피와 체중은 그 세제곱에 비례해서 더욱 크게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엄청나게 증가한 체중에 비해 이를 받치는 발바닥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훨씬 크게 늘어난 압력을 지탱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키가 너무 크면 머리 부분까지 멀리 심장의 혈액을 공급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흰수염고래로 몸길이가 약 30m에 달하지만,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물의 부력에 의해 큰 몸집을 지탱할 수 있다.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큰 코끼리는 몸길이가 7 ~ 8m에 몸무게는 6톤이 넘지만, 사람이나 영장류처럼 두 발로 서서 걷지 않고 네 발로 육중한 몸을 지탱한다.
영화 ‘킹콩’의 주인공인 거대한 괴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에 속하는 고릴라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키는 보통 고릴라의 10배 정도인 18m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정도 크기의 영장류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이유로 인하여 존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의 거인들은 킹콩만큼 거대하지는 않지만, 키가 보통 인간들의 4배가 넘는 8m 정도로 나오므로, 체중은 보통인간의 60배가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거의 코끼리 몸무게에 육박하는 체중인 셈인데, 그런 몸집을 두 발로 지탱하면서 직립보행을 한다면 영화의 거인족들은 발바닥이나 무릎, 허리, 온갖관절 등이 얼마 못 가서 망가지고 말 것이다.
킹콩의 모델이자 영장류 중 가장 큰 현생의 고릴라는 키가 인간과 거의 엇비슷하고 몸무게는 130 ~ 280kg 정도이다.
지금은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역사상 가장 큰 영장류는 ‘기간토피테쿠스(Gigantopithecus)’이다.
학명 자체가 거인과 비슷한, ‘거대한 원숭이’라는 의미인데, 약 10만 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상 최대인 이 영장류도 키는 3 ~ 4m, 몸무게는 400 ~ 500kg 정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영화 속의 거인들보다는 훨씬 작은 편이다.
영화 속 거인족의 우두머리 장군 격인 폴론은, 머리가 둘 달려 있는 독특한 캐릭터다. 폴론은 오른쪽 어깨에서 튀어 나와 있는 작은얼굴이 하나 더 있는데, 이 두 번째 머리는 말도 어눌하고, 큰 머리가 하는 말을 따라 하곤 하는 어수룩한 존재이다.
머리 둘 달린 동물들이 간혹 탄생하여 뉴스에 나오곤 하는데, 이는 생물학적으로 중복기형(重複奇型: double monster)의 일종이다.
즉 일반적으로 일란성쌍생아의 분리불완전에 의하여 개체의 유착이나 유합이 생기는 경우인데, 두 개체가 양측 대칭을 이루고, 몸의 같은 부위에서 결합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의 경우 예전에 태국에서 출생했던 유명한 결합쌍태아를 지칭하면서 이른바 ‘샴쌍둥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독립적인 두 개체가 머리나 가슴 혹은 허리 부분이 붙어있는 경우이며 이제는 의학의 발달로 수술을 통한 분리가 대부분 가능하다.
그러나 중복기형에서 두 개체가 대등하지 않거나 머리, 팔다리, 꼬리 체외로 돌출하는 기관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발생초기에 그 원기(原基) 혹은 재생눈이 외상이나 기타 원인으로 분리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의 경우에도 대칭형 중복기형이 아닌, 돌출된 또 하나의 머리 등이 보고되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는 기관 중복으로 일종의 종양처럼 본체에 기생해서 생긴 것으로서 독자적인 기능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영화에서처럼 어깨에 돌출되어서 어눌하지만 독자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인간은 실제로 존재한 적은 없다.
현대판 마법의 콩, GMO식품
영화에 나오는 마법의 콩처럼, 발아와 동시에 하늘로 치솟을 만큼 무섭게 빨리 자라는 식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현대에는 마법에도 비유할만한 첨단의 생명공학과 유전자조작기술 등을 동원한다면 혹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마법의 콩처럼 유전자가 변형된 식물이라 해도, 어느 정도 거대한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하루도 안 되어서 하늘로 치솟을 만큼 빨리 자랄 수는 없을 것이다.
식물이 주변의 양분을 흡수하고,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 등으로 광합성을 해 유기물을 합성하는 데에는 일정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식물이 다름 아닌 콩나무인 것은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좀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른바 유전자재조합생물체(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로 개발한 농산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탁에도 자주 오르는 두부, 콩나물 등도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실은 GMO 콩으로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GMO란 유전자재조합기술(Recombinant DNA technology)을 이용하여, 어떤 생물체의 특정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와 결합시키거나 유전자 일부를 변형시켜 유용한 목적에 맞게 만든 생물체를 지칭한다.
개체가 매우 크거나 수확량이 예전보다 월등히 많은 작물, 혹은 병충해나 잡초에 강한 농산물 등을 만들 수 있으므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유전자재조합에 의한 안전성의 문제나 생태계 교란의 가능성, 더욱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GMO 반대론자들은 괴물과 같은 식품이라는 의미에서 GMO 식품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GMO식품에 대한 입장은 나라별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유럽연합과 일본, 우리나라 등에서는 식품 원산지표시제와 유사하게 일정 비율 이상이 포함된 GMO식품도 표시를 하는 ‘유전자 재조합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에 GMO식품 90%의 특허를 보유하며 전 세계에 GMO식품을 수출하고 있는 유명 농생물 공학기업 ‘몬산토’가 속한 미국은 GMO식품의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GMO식품은 앞으로도 세계적인 논란이 지속될 전망인데,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한 연구와 함께,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도록 정보의 공개와 표시제 등을 보다 철저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