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intro - 창조경제와 벤처 생태계
우리나라는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 이후 2000년도까지 질풍노도와 같은 벤처1기 정책을 통하여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벤처발전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2000년말 불어 닥친 미국의 IT버블 붕괴 직격탄을 맞고 한국 벤처 산업은 오랜 침체기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스마트와 소셜’ 혁명이라는, 인류 역사상 어쩌면 최대의 혁명을 맞아서 벤처 창업 붐이 되살아나고 있다.
창조경제는 바로 스마트 생태계 기반의 산업 구조를 의미한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벤처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
벤처의 태동과 성장
1995년 벤처협회 설립 이후, 1996년 코스닥 설립,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을 통하여 한국 벤처 발전의 양대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코스닥의 역할이 선도벤처의 자금조달이었다면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특별법의 역할은 창업벤처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코스닥을 통하여 연간 수조에 달하는 벤처 투자 자금이 선순환되면서 한국벤처의 꿈이 꽃 피우게 되었다.
NHN, 다음, 엔씨소프트, 휴맥스, 다산네트웍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들은 코스닥이 없었다면 현재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특별법은 자금, 인력, 입지를 포괄한 총체적인 벤처창업지원 정책으로서 폭발적인 벤처 붐 형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후 벤처기업특별법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된 한국의 자랑스러운 벤처 새마을운동 사례가 되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벤처 산업은 1997년 말 한국을 강타한 IMF 충격을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실험실 창업운동, 인터넷 코리아 운동 등의 추가적인 벤처 정책에 힘입어 2000년 벤처 기업 수는 12,000개에 육박하고 수많은 벤처 스타 기업들이 탄생하였다.
이들 기업 중에서 2012년 말 기준 6개의 1조 매출기업이 배출되었다(NHN, 휴맥스, 넥슨, 팬텍, 디에스).
2010년 말 기준 1,000억 벤처가 381개에 달하고 이들의 매출액만 80조 규모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2만 8,000개가 넘는 전체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삼성전자 규모를 능가하는 25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벤처는 연평균 15%이상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대기업과 더불어 국가 성장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고용 확대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련의 벤처, 그리고 한계
그러나 2000년 말 미국의 나스닥 주가가 10분의 1로 폭락하면서 촉발된 IT 버블 붕괴 여파는 한국에 쓰나미처럼 몰려와 코스닥주가가 12분의 1로 폭락하는 벤처버블 붕괴를 초래했다.
이후 정책당국은 벤처버블 붕괴 원인을 국내 문제로 오판하여 2002년 “벤처 건전화 정책”을 발표하게 되었다.
엔젤투자세액공제 축소, 벤처인증제의 보수화, 주식옵션제도의 제한, 코스닥 보수화 등으로 구성된 4대 벤처 건전화 정책은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벤처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드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2005년의 ‘벤처 AGAIN’ 정책으로 성장 여력을 일부 다시 찾게 되었으나 여전히 우리 벤처 생태계는 초기 성장 동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기업의 3분의 1이상이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불건전한 기업사냥꾼에 노출되어 있다.
창업에 절대적인 초기 엔젤투자는 2000년에 5,000억 원 규모에서 현재 300억 원대로 대폭 축소되었다.
벤처 캐피탈 업계도 2000년 2조 원이 넘던 규모가 1조 원대로 내려앉고 성장이 정체되었다.
무엇보다도 수익 창출의 원천인 코스닥이 거래소와 통합되어 활력을 상실한 것이 큰 원인이다.
가장 중요한 기업가 정신의 경우,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에 비하여 5분의 1로 축소되었으며, 사회적인 분위기는 벤처창업에 대한 도전보다는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 지속과, 고품질 벤처창업은 부진으로 인하여 청년실업문제는 국가 전체에 최대 문제로 부상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신규 창업 기업들은 극심한 투자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핵심 원인은 투자 회수 시장의 부재에 있다.
현재 코스닥이 거의 유일한 투자 회수 시장인데, 상장은 창업에서 평균 14년이 소요되는 반면 5년 정도의 회수 사이클을 갖는 벤처 캐피탈(VC)의 초기 창업투자에 대한 중간 회수 시장이 없다.
전국 보육 센터 입주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 역시 극히 미미하며, 테크노파크, 창업 보육센터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관계 기관의 지원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창업 초기의 정부 지원 이후에 코스닥 등록을 3 ~ 5년 앞둔 Pre-KOSDAQ까지의 평균 5년간이 벤처생태계의 병목으로 작용하여 벤처 생태계 전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2C 기업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휴맥스, 넥슨 등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고는 세계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화 도전 성공 확률이 극히 낮다는 현실을 인정할지라도 여러 가지로 준비되지 않은 국내외 많은 벤처 기업들이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세계 시장에 도전하여 막대한 손실을 본 후 다시 국내 시장으로 회귀했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주력 품목 다각화로 매출 증대를 시도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제한된 국내시장의 경쟁을 격시켰으며, 영업 없는 매출 증대 등 기업 부실화를 초래하는 부메랑이 되었다.
결국, 벤처기업 중 B2C에 도전하는 기업이 감소하고 시장개척이 용이한 B2B 형태를 선호하고 있으며, 자체 시장을 개척하는 B2C기업은 전체 벤처 기업의 1/3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고 B2B 기업의 생태계가 건전한 것도 아니다.
B2B 기업의 성장과 이익은 대기업과의 관계, 특히 거래 조건에 크게 좌우되는데 일방적인 납품 단가 인하 등 불공정 거래로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한 시장 경쟁에 의한 자율적인 납품 단가 협상은 자유 시장경제의 대원칙이나, 국제 사례에 맞지 않는 불공정한 납품 단가 인하로 B2B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 이익에 봉착하고 연구개발재투자 여력을 상실하는 등 혁신과 성장을 위한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한국에서 독일의 보쉬, 일본의 교세라 같은 초우량 B2B 기업 탄생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불평등 구조는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대기업에 돌아온다는 점이다.
지나친 단가 인하는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중소기업의 혁신을 가로 막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대기업 제품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벤처의 재도전, 벤처 르네상스프로젝트
창조경제의 벤처 르네상스프로젝트의 핵심은 창업벤처의 혁신역량과 선도기업의 시장 역량을 결합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 있다.
이러한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통하여 선도 기업은 창업 기업의 혁신역량을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창업 기업은 선도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규 창업기업 : 기업가 정신과 엔젤 투자
이제 한국의 국가경쟁 전략은 fast-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이동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0,000달러 이후의 국가 성장은 열심히 하는 성실한 인재가 아니라 창조적 도전을 하는 혁신적인 인재가
주도하게 된다.
따라서 혁신을 만드는 창조적 기업가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60개국이 참여하는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계형 창업은 지나칠 정도로 과다하고 벤처형 창업은 부진하다.
따라서 창업에 대한 핵심정책은 생계형 창업을 혁신적 창업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으며 그 첫 번째 정책은 차별화된 핵심역량인 융합기술과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키는데 있다.
이어서 두 번째로 자영업 창업 자금을 벤처 투자로 연결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필요하다.
본래 기업가 정신교육은 창조적 도전을 발현시키는 본질적인 부분이나,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교육은 너무나도 일천하다.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은 10%도 되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한 융합기술교육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인류사적으로 가장 거대한 스마트 혁명에 발맞춘 새로운 교육 대안이 필요하다.
스스로 문제를 파악해서 팀 프로젝트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는 것이 기업가적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다.
벤처기업 창업활성화의 충분조건은 자금조달이다. 사업자금 조달방안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융자이고 둘째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엔젤캐피탈을 통한 투자 활성화와 투자 회수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엔젤투자가 활성화되는 시점까지 신용불량자 양산을 방지하고 실패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엔젤캐피탈
여기서 엔젤캐피탈이 왜 투자하는가를 반문해보자.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엔젤활성화에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투자회수시장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투자 이후, 14년이 걸리는 코스닥상장 후에 회수하라고 한다면 엔젤투자가는 사라질 것이다.
엔젤활성화를 위한 중간 회수시장 형성이 바로 창업활성화의 핵심 인프라인 이유다.
결국, 엔젤 투자가들이 5 ~ 7년 이내에 회수할 수 있는 회수시장전략이 논의의 초점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엔젤회수시장은 M&A시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매년 다르긴 하나 IPO시장보다 M&A시장 규모가 5 ~ 10배에 달하고 있다.
투자시장의 경우는 2010년도 엔젤투자금액이 210억 달러로써 벤처투자시장의 3배에 달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엔젤투자시장이 2000년 5,000억 원에서 2010년 300억 원대로 축소되어 1조 5,000억 벤처투자시장의 2%대에 불과하다.
결국 엔젤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사이클이 한국벤처 생태계에 빠진 연결고리(Missing Link)다.
벤처 1기 정책이 코스닥이라는 IPO시장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면 벤처 르네상스는 혁신 시장이라는 중간회수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연대보증제도 개선
한국이 혁신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10만 개의 벤처 창업이 요구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제도 아래서는 5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발생될 것이며, 이는 벤처 재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첫째 신용불량의 원인인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둘째 이미 발생한 신용불량자에 대한 재도
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우선 국책기관인 신용보증기관, 기술보증기관, 중소기업진흥공단부터 연대 보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의 핵심은 연대보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 편익의 극대화에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증기관의 연대보증을 통한 회수금액은 보증 총액의 0.3% 수준이다.
예컨데 0.3%의 가산 보증료를 기업이 부담한다면 추가적인 국가비용 없이 재도전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국가적 편익이 발생할 것이다.
B2B 벤처기업
B2B 벤처 기업의 성공은 1)플랫폼 개방과 2)공정거래 확립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벤처기업의 시장접근성을 높여 혁신을 가속화하나, 한국의 대기업들의 플랫폼은 개방성이 취약하다.
혁신의 시장 진입을 위한 대기업과의 제휴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결국 공정거래 질서가 B2B 벤처의 핵심 과제가 된다.
개별 기업은 거래 중단을 각오하지 않는 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가 불가능하므로 공정 거래확립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대 ·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는 기업 간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단 불공정거래는 사회 양극화의 근본 원인이 되어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또한 대 ·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분배의 격차는 사회자원의 균형 배분을 저해한다.
대기업의 임금은 지방 중소기업의 임금과 비교했을 때 거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의 취업하라고 장려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대 · 중소기업 문제는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는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저하되는 원인도 된다.
결론적으로 왜곡된 대 · 중소기업 관계는 국가의 성장과 분배 전체를 왜곡하여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 혁신 시장, 개방 정부와 맥락을 같이하여 벤처를 육성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창업, 개방 혁신시장, 엔젤 제도의 획기적인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