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특별기획 SPECIAL REPORT 02 - 중소벤처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

31.png


지금까지 정부는 수출 잠재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선발하고 이들을 통해 단기적으로 수출 금액을 창출하는데 정책 노력을 집중시켜 왔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의 세계화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 역시 다각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생태계, 플랫폼 등 디지털 신산업과 산업 융복합화의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현지 시장에서 미국 등 선진국을 기반으로 한 중소벤처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소벤처기업 세계화의 의의

자국 내 특정 시장에 우선 집중하고 해당 시장에서 구축한 경쟁우위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위상을 높여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범세계적인 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해외 진출 및 범세계적 경영의 활성화는 중소벤처기업이 국민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나아가 중견기업 및 세계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과정임에 틀림없다.


중소벤처기업 세계화 관련 지원 제도의 주요 성과

전술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한국 정부 역시 KOTRA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직접 지원, 역량강화 지원, 인력지원, 마케팅 지원,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수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간접 수출 등을 활용하여해외 매출 등 범세계적 성과 창출을 달성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비중은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벤처기업협회에서 실시한 2011년 중소벤처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비중은 조사 대상 중소벤처기업들 가운데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2년 IT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응답에서 최근의 수출 현황과 관련하여 수출이 ‘곤란하다’는 응답이 22.7%로, ‘원활하다’는 응답 19.1%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은 국외 시장 정보 부족, 낮은 수준의 기업/브랜드 이미지, 수출 자금 부족, 수출 전문 인력 부족, 기술 경쟁력 부족 등을 범세계적 성과 창출 관련 애로사항으로 언급하고 있다.
 

35.png


한편,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외 진출 개시 단계와 진출 이후 가동 단계에 있어서 중소벤처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이 다소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외 진출 개시 단계에서는 관련 자금 및 정보 부족, 국제화 된 인력 부족, 그리고 진출 대상 국가의 높은 경영위험 등을 문제점으로 강조하고 있는 반면, 진출 이후 가동 및 심화 단계에서는 판매처 발굴 / 유지, 현지 자금 조달, 현지 법제도 불안정 등을 범세계적 성과 창출의 장애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6.png



중소벤처기업 세계화 환경의 변화

중소벤처기업의 세계화 여건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선, 정보통신 및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해외 진출 이상의 새로운 글로벌 성과 창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 기반 사업 환경개선, 소셜 미디어의 확산 등으로 거래비용이 낮아져 중소벤처기업의 세계화 추진이 용이해지고 있다.

게임 업체 Zynga는 Facebook을 기반으로 설립 4년 만에 매출액 8억 달러를 달성하고 시가총액이 55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는 설립 4개월 만에 미국의 인사이트 벤처 파트너스와 국내 스톤 브리지 캐피털로부터 33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고, 설립 9개월 만에 305억 원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다음으로, 시장통합과 가치사슬의 범세계적 재배열은 중소벤처기업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FTA 확산과 자본, 인력, 기술 등 생산요소의 국가간 이동 확대에 따른 시장통합과 대규모 시장의 등장, 가치사슬 재배열 및 통합 가속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참여와 글로벌 소싱 확대는 중소벤처기업으로 하여금 내수 시장에서는 누리지 못하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역할 세분화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조선업체에 납품하던 ‘태웅’은 선박용 엔진단조 부품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풍력 관련 부품 분야에 진출하여 베스타스, GE윈드, 지멘스 등에 메인 샤프트와 플랜지 등을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였다.

또한, 태양전지와 LCD원료인 나노물질을 생산하는 ‘나노신소재’는 창업 초기 어려웠던 국내 판매 대신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 2010년 매출 가운데 88% 정도인 278억원을 해외 시장에서 달성하였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북미와 유럽 시장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RICs, NEXT-11, VISTA, Volume Zone, MAVINS 등 신흥시장으로 대별되는 여러 국가들은 이미 그 성장 가능성이 크게 부각된 바 있다.
 
예를 들어, 2020년까지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2%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경제성장률은 7%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원 공급처, 생산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과거와는 달리 향후 신흥 국가들은 중산층 확대에 기반을 둔 새로운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이 크게 확대 될 전망이다.

특히, 차세대 신흥 국가들 가운데 여러 국가들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바, 최근 들어 이들 지역은 성장을 추구하는 여러 선진국과 글로벌 선도기업들 간의 시장 쟁탈을 위한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한 국외 사업 수행을 넘어 다국적기업 혹은 초국적기업으로서의 운영 특성을 보이는 중소벤처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신규벤처(International new ventures), 태생적 글로벌기업 (Bornglobals), 글로벌 창업(Global start-ups) 등 다양한 유형의 벤처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제 기업가정신 관점에서 소규모 다국적기업(Micro-Multinationals)개념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8개 국외 자회사를 바탕으로 50여 개 국가에 진출하여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Facebook은 기술 융복합과 글로벌 벤처기업의 등장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최근 들어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에 국가적 노력과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계기로 국가수출확대정책(NEI : National Export Initiative)을 천명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출진흥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수출진흥내각(EPC : Export Promotion Cabinet)을 설립하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글로벌 성과 창출 지원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투자 전문가 인력 확충, 5년 이내 수출중소벤처기업 50% 증가, 브라질 / 중국 / 인도 등 신흥국 시장 진출 기회 확대, 그리고 환경 상품 및 서비스 / 신재생에너지 / 의료 서비스 / 생명공학 등 수출 유망 업종에 종사하는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 발굴을 위한 전략 모색 등을 위하여 예산안을 확충한 바 있다.

또한, 현지국 대사관의 상무부 역할 강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주한대사관상무부의 경우 상무공사를 중심으로 상무관 5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한국인 직원 20여 명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지향적인 중소벤처기업 세계화 지원 정책

지금까지 정부는 수출 잠재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선발하고 이들을 통해 단기적으로 수출 금액을 창출하는 데 정책 노력을 집중시켜 왔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의 세계화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 역시 다각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수출 혹은 해외 진출 이후의 단계를 고려한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범세계적 관점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중소벤처기업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다음으로, 범세계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신흥 시장의 중요성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생태계, 플랫폼 등 디지털 신산업과 산업 융복합화의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을 기반으로 한 중소벤처기업과의 현지 시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현실적 요구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이슈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정책 목표 재설정

상품과 서비스의 해외 시장 진입에 초점을 맞추던 ‘Going Global’ 개념에 더하여 앞으로는 범세계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사슬의 조정과 통합을 추구하는 ‘Growing Global’ 개념으로 중소벤처기업 세계화 지원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새롭게 설정.

● 진출 시도 확대

세계화 관련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맞춤형 현지 시장 정보 제공 등을 통해 기존의 중소벤처기업이 내수 시장에 안착하려는 성향을 뛰어 넘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진출하도록 실질적으로 독려.

● 국제 기업가정신 확산

국제 기업가정신을 지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LINK 사업, 창업선도대학 사업, MOT 사업 등 관련 고등 교육 시스템을 재편하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현지국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

● 융복합 플랫폼 활용

다양한 아이템들이 Google, YouTube, Facebook, App Store 등을 통해 신속하게 세계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콘텐츠 혹은 동영상 제작을 위한 기본 Tool과 표준화된 관리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하고 자금 확보를 위한 소셜 펀딩 혹은 클라우드 펀딩을 활성화하며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국가 언어를 지원.

● 가치사슬 재구조화

내수형 기존 사업의 이업종 글로벌 사업 기회 발굴, 글로벌 자본의 국내 중소벤처기업 투자 유입, 개발 혹은 제조 전문 중소벤처기업과 마케팅 전문 중소벤처기업 간 국제 협력, 중소벤처기업 간 현지 공동 연구 등을 활성화.

● 선도적 신흥 시장 개척

B2B 사업 관련 신흥 시장 정부 혹은 국영기업 발주 프로젝트 정보와 과거 성공사례 등을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글로벌 선도 기업인 일부 재벌 그룹의 해외 진출에 중소벤처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

● 협력 네트워크화

중소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상사 설립, 선도적 중소벤처기업과 여타 중소벤처기업의 현지국 동반 진출, 복수의 글로벌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현지국 투자 설명회 개최 등을 지원.

● 다국적기업화

복수 국가에 진출한 중소벤처기업의 본사-자회사 혹은 해외 자회사 간회계, 통신, ERP, CRM, BSC 등 시스템 인프라 구축이나 업그레이드 관련 비용을 대응 지원하고 인적 교류 활동 비용을 KOTRA 현지 무역관을 통해 보조.

● 범부처 통합 지원 체계

중소벤처기업의 국외 진출에 대한 기존 KOTRA 중심의 지원 체계를 범부처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전환시키고 관련 기관들의 지원 활동을 강화하며 성과를 전략적인 관점에서 평가.


마치면서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강조한 이번 정부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세계화 지원과 관련하여 수출 단계를 고려한 지원, 수출 지향 업체에 대한 R&D 자금 우선 지원, 수출진흥사업의 통합 및 원스톱 서비스제공, 수출 및 판로지원사업 예산 확충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의도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효율성을 중시한 제조 기반 경제의 굴레를 크게 벗지 못한 대안처럼 느껴질 뿐이다.

여하튼 중소벤처기업이 산업화 시대의 피해자가 아니라 창조경제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의미있는 중소벤처기업 세계화 지원 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