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성공사례 - 강중(强中)기업 성장의 길
공동작성_ 신준석 교수(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허원경 전문작가(프리랜서)
대담자_ 심순용 연구소장(㈜휴비츠 부설연구소)
- 휴비츠의 안광학 의료기기업 사례 -
본지는 기술 및 제품의 개발과정이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국내 기업환경에서 다른 기업의 성공프로젝트를 기술경영측면에서 살펴봄으로써 기업의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도움을 주고자 2007년 8월부터 기술경영 성공사례를 게재해왔다. 이번 호에서는 휴비츠의 안광학 의료기기업 사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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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중소기업이 강중기업으로 성장하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강중기업으로 진입하는 길은 더욱 좁다.
국내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의 비중은 0.04%로, 독일의 12%, 일본의 4%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으며, 국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오랫동안 0.1%대에서 머물러 있었다.
이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 강중기업으로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 국내기업 중 하나가 안광학 의료기기 업체 ‘휴비츠’다.
종업원 7명의 중소기업으로 시작한 휴비츠는 불과 10여 년 만에 니덱(Nidek), 탑콘(Topcon)과 같은 일본의 쟁쟁한 강중기업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2000년대 들어 많은 안광학 의료기기 업체가 합병, 철수, 도산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의 기업들도 세계시장의 극심한 경쟁과 어려운 시장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강중기업으로의 성장이 어려운 국내 환경과 가혹한 세계시장을 극복하고 휴비츠가 중소기업을 넘어 강중기업으로의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강중기업으로의 성장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기업들에게 휴비츠의 궤적은 성장의 벽(Growth Wall)을 넘기 위한 핵심요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Ⅰ. 어려운 강중기업으로의 성장
1) 중소기업의 비원(悲願), 강중기업으로의 성장
Point_ 많은 중소기업이 강중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뛰어난 기술과 놀라운 신제품,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 CEO의 강력한 리더십.
이는 세계 수준의 중소기업들을 소개하는 글에 흔히 등장하는 핵심 성공요인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목을 받았던 중소기업들 중 극히 일부만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
대다수가 성장정체의 늪에 빠져 중소기업에 머무르거나,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2005년 KDI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고작 0.13%. 중소기업 1,000개社 중 한 개 정도만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이 수치는2013년인 현재에도 0.1%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이처럼 어렵다. 하물며 세계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지닌 강중기업으로 성장하기란 ‘어렵다’라는 말로 표현이 부족할 정도이다.
약 300만 개의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0.13%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고 했을 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3,900개 수준이다.
그렇다면, 강중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 중견기업이 강중기업으로 성공할 확률을 1%로 적용했을 때 강중기업이되는 중견기업은 국내에서 39개에 불과하다.
300만 개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고작 39개 정도가 강중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강중기업으로 성장하기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왜 많은 중소기업이 이 성장의 벽(Growth Wall)을 넘어 중견기업과 강중기업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것일까?
그 답의 핵심은 강중기업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2) 장기 불황 속에서도 대기업보다 강력한 강중기업
Point_ 강중기업은 압도적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불황 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한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강중기업의 특성은 압도적인 성과이다.
대부분 독과점 기업은 주력제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최저 30%를 넘으며 70% 이상인 기업도 상당수다.
여기에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최저 50%를 넘으며, 여러 국가로 수출 경로가 다변화되어 있어 특정 국가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영업이익률은 평균 8 ~ 9%이고, 15 ~ 20%대 기업도 부지기수다.
요약하면 높은 영업이익률과 강력한 시장지배력, 수출중심 매출구조가 강중기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강중기업의 놀라운 점은 장기불황 속에서도 이 수치들이 요지부동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호황기에는 강중기업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다가도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 극심한 매출 및 영업이익의 동반감소현상을 겪는다.
여기에 저가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한 경쟁자들의 적극적 공세라도 이어지면 시장점유율 감소 현상까지 나타난다.
그러나 광학용 PVA 필름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쿠라레이, 메모리반도체 검사장비 시장의 64%를 점유하는 어드벤테스트와 같은 강중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시장점유율, 매출, 이익에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3) 중소기업과 강중기업은 핵심 성공요인이 다르다
Point_ 강중기업은 중소기업과 비슷하지만 다른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같은 강중기업의 성과가 아니다. 이 인상적인 성과의 근간이 되는 핵심역량(Core Capability)이야말로 모든 강중기업 성공의 바탕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글로벌 중소기업과 강중기업의 핵심역량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강중기업에 대한 사례 연구나 소개 기사들도 한결같이 강력한 기술력과 새로운 제품, 창의적인 사업모델, CEO의 리더십을 성공요인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만이 강중기업의 진짜 핵심역량이라면 글로벌 중소기업이 강중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존의 강점과 역량을 더욱 갈고 닦으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중소기업에서 강중기업도 아닌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확률이 고작 0.1%라는 점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강중기업은 고유한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이 이 핵심역량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설사 인지했다고 해도 이를 갖추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강중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휴비츠는 종업원 7명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가장 작은 가족형 중소기업 규모라 할 수 있다.
2011년에는 종업원 수가 140명, 매출 560억 원으로 성장했지만 규모로 보면 아직도 중소기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휴비츠는 검안기 시장에서 일본의 대표적 강중기업인 니덱, 탑콘의 강력한 경쟁자이고, 렌즈 가공기 시장에서도 일본의 니덱, 프랑스 애실로(Essilor)의 최대 맞수이다.
특히 렌즈 가공기에서는 일본의 탑콘과 스페인, 독일의 기존 기업들이 철수와 합병, 도산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살아남아 과점 기업으로의 위상 확보에 성공했다.
세계적 강중기업, 대기업들과 경쟁하며 중소기업에서 강중기업으로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강중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휴비츠는 ‘강중기업의 핵심역량’을 길러야 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는 시장을 보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었다.
Ⅱ. 강중기업에 적합한 시장을 찾아라
1) 대기업에게는 작은, 그러나 중소기업에게는 큰 시장
Point_ 강중기업 시장의 첫 번째 조건은, 규모가 작아 대기업이 진입할 매력이 적은 시장이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강중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이에 적합한 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는 이런 시장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의존해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성공궤도에 오른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시장을 검토해서 강중기업에 적합한 시장을 찾기에는 자원과 정보, 시간까지 부족하다.
강중기업 시장의 첫 번째 조건은 규모이다. 시장 규모가 대기업이 진입하기에도 매력적일 만큼 거대하다면, 법적 규제가 없는 한 모든 대기업이 발을 들일 것이다.
물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나지 않는 강력한 중소기업, 중견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은 극히 적으며 대부분은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한다.
또, 성공적으로 경쟁을 전개한다고 해도 항상 높은 경쟁자 위험(Competitor Risk)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대기업이 진입하기에는 다소 규모가 작은 시장이 중소 · 중견기업에는 ‘대기업과의 경쟁 위험’이 가장 낮은 시장일 수 있다.
또한 기존 시장에 이미 강중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하더라도, 다국적 대기업의 경쟁 위험에 비하면 그 위험은 훨씬 적다.
휴비츠의 창업자 4명은 LG산전연구소의 광학, 기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었다.
1990년대 후반은 헬스케어(Healthcare) 신사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많은 기업의 관심을 모으던 시대였다.
4명의 엔지니어도 수많은 대기업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검토하고, 실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대기업에게 적합한 시장과 규모가 작아서 매력이 떨어지는 시장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었다.
휴비츠가 선택한 첫 시장이 안경점용 검안기라는 것은 단순히 엔지니어들이 해당 분야의 연구개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강중기업에 적합한 시장’의 첫번째 요건 - 대기업에는 다소 작은 규모 - 을 알고 있었다.
2) 높은 기술 진입장벽
Point_ 높은 기술적 진입장벽은 모방-저가 경쟁우위를 통한 다른 중소기업들의 후발진입을 막아준다.
물론 대기업이 진입하기에 좁은 시장 규모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성이 확인된 시장에는 항상 후발주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으로 제품을 모방하거나 어느 정도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면 낮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저가 경쟁우위를 통해 선발 기업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다.
대기업과의 경쟁 위험만큼이나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Catch-Up) 위험 또한 크다.
그렇다면, 추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기술적 진입 장벽이 그 답이다.
첫째로 중소기업이 다루기에는 기술이 복잡해야 하고, 연구 개발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야 하며 투자 규모 역시 커야 한다.
휴비츠의 주력제품인 안광학용 의료기기 시장은 바로 이런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모든 제품에 광학,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등 네가지 기술적 기반이 필요하며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기술 수준이 떨어지면 제품개발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제품 특성상 네 분야 모두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매우 좁은 범위의 특정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 당연히 휴비츠와 같이 네 분야의 기술역량을 고루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다.
휴비츠가 시장에 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국내에 휴비츠를 따라 후발주자로 검안기나 렌즈 가공기 시장에 발을 들여 성공한 기업은 없다.
높은 기술 장벽이 후발주자들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2) 높은 기술 진입장벽
Point_ 높은 기술적 진입장벽은 모방-저가 경쟁우위를 통한 다른 중소기업들의 후발진입을 막아준다.
물론 대기업이 진입하기에 좁은 시장 규모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성이 확인된 시장에는 항상 후발주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으로 제품을 모방하거나 어느 정도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면 낮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저가 경쟁우위를 통해 선발 기업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다.
대기업과의 경쟁 위험만큼이나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Catch-Up) 위험 또한 크다.
그렇다면, 추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기술적 진입 장벽이 그 답이다.
첫째로 중소기업이 다루기에는 기술이 복잡해야 하고, 연구 개발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야 하며 투자 규모 역시 커야 한다.
휴비츠의 주력제품인 안광학용 의료기기 시장은 바로 이런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모든 제품에 광학,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등 네가지 기술적 기반이 필요하며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기술 수준이 떨어지면 제품개발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제품 특성상 네 분야 모두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매우 좁은 범위의 특정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
당연히 휴비츠와 같이 네 분야의 기술역량을 고루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다.
휴비츠가 시장에 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국내에 휴비츠를 따라 후발주자로 검안기나 렌즈 가공기 시장에 발을 들여 성공한 기업은 없다.
높은 기술 장벽이 후발주자들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3) 마지막 조건 : 까다로운 고객
Point_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후발주자가 모방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역량’이 된다.
또 하나의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까다로운 고객이다.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의 대응 역량도 높아진다.
흔히 이야기하듯, 가장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은 고객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나 마케팅과 같은 다운스트림(Downstream) 역량뿐 아니라 기술영업, 상품개발, 연구개발 아이디어 도출과 같은 업스트림(Upstream) 역량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는 후발주자가 모방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Intangible) 역량’이 된다.
휴비츠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까다로운 고객들을 상대해 왔다.
검안기의 주요 고객은 시력이 떨어진 사람들이며 이들의 시력저하 원인과 눈의 형태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그러나 각막에 스크래치가 있거나 동공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작아서 검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환자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결국, 환자와 의사, 안경점의 점원들 모두 검안기의 품질에 문제를 두며 니덱과 같은 일제 기기와 제품과 비교하기 시작한다.
휴비츠는 이런 까다로운 환자뿐 아니라 안경사와 의사, 그리고 휴비츠의 물건을 납품받는 다른 기업들까지 10여 년간 경험하고 만족시켜 왔다.
이제 R&D 단계부터 이런 까다로운 사람들의 니즈(Needs)와 불만을 고려한다.
시제품은 국내시장의 안과, 안경점 네트워크를 통해 철저한 필드 테스트를 거친다.
전 세계 영업망에서 고객 불만이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수되며 CS(Customer Satisfaction)팀은 모든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 기록하고, 또다시 해결해 나간다.
강중기업 시장의 마지막 조각, 그리고 후발주자에게 가장 까다로운 진입장벽이 바로 이것이다.
Ⅲ. 대기업형 R&D 시스템과 중소기업의 순발력을 결합한다
1) 선행연구에서 상품개선까지 이어지는 대기업형 R&D 시스템을 구축하라
Point_ 높은 기술진입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선행기술에서 상품기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체계적 R&D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중소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휴비츠만의 특징은 선행 연구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역량의 대부분을 상품 개발에 집중하며 대기업조차도 사업성 중심의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선행연구를 축소하고 있다.
선행연구 축소, 상품개발 강화는 불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R&D 전략이기 때문이다.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치스럽게 선행연구를 할 때가 아니라는 비판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휴비츠는 이러한 흐름과는 정반대로 선행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휴비츠도 창업 초기에는 다른 중소기업들과 유사한 R&D 전략을 채택했다.
추격형 R&D를 통해 같은 품질에, 20 ~ 30% 저렴한 제품을 출시해서 저가 경쟁우위를 통해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는 이미 많은 중소기업들이 검증한 효과적인 추격형 전략이기도 하다.
단, 휴비츠의 차이는 다른 기업들이 추격을 위한 모방형 연구개발에 집중할 때 ‘선행연구 - 신제품개발 – 상품개선’으로 이어지는 ‘대기업형 R&D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검안기는 대학의 아이디어 제시 및 선행연구, 휴비츠 연구소의 후속연구를 통해 완전히 다른 광학계를 지닌 신제품으로 출시됐다.
모방이 아닌 차별화(Differentiation) 우위를 지닌 제품 연구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렌즈 가공기 역시 자체 선행연구 - 신제품개발 - 상품개선의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차별화 우위를 지닌 신제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창업자들이 LG연구소 출신이었기 때문에 대기업 R&D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이전된 점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선행연구를 포기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선행연구와 추격형 연구개발이 잘 조화된 R&D 시스템을 정착시킨 것은 분명히 다른 기업들과는 차별화된다.
2) 중소기업의 최대 장점인 순발력을 R&D에 더하다
Point_ 필요에 따라 R&D 역량을 특정 기술/제품에 집중시켜 성과를 창출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R&D 시스템이 선행연구에서 상품개선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소기업에서 강중기업으로의 성장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기업들의 견제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견제 종류에 따라 속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인데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과 같은 견제는 비교적 빠르게 들어오는 반면, 경쟁적 신제품 출시와 같은 견제는 비교적 느리게 시작된다.
둘 다 R&D가 대응해야 하는 견제이다. 결국, 강중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빠른 견제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 있는 R&D 시스템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 광학전시회 중 하나인 프랑스 실모(Silmo)에 국내 기업인 휴비츠도 자사 제품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참여 전날, 거대광학기업인 에실로(Essilor)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휴비츠의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으니 전시회 참여를 포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무시하고 전시회에 참여하면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했다. 휴비츠는 여기서 순발력을 발휘했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에실로의 특허를 검토한 뒤 자사제품의 특허 침해 여지가 있는 부분을 발견하여, 제품 수정, 개발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끝낸 것이다.
결국 에실로의 견제는 실패로 돌아갔고, 휴비츠는 실모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대기업이라면 이렇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중소기업이기에 특허 검토와 수정 연구개발, 참여 결정까지 모든 과정이 하루 만에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형 R&D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다양하고 빠른 견제에 대응할 수 있는 R&D의 순발력을 유지하는 것은 언뜻 양립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가지를 이뤄낼 때, 강중기업형 R&D가 완성된다.
3) ‘빠른 대기업형’ R&D 시스템이 관련 · 집약형 다각화를 가능하게 한다
Point_ 추격(Catch-Up) 이후의 제품 차별화와 신사업 전개에는 ‘빠른 대기업형’ R&D 체계가 핵심이다.
선행연구에서 시작하는 R&D 체계는 추격 이후의 사업 전개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우선 기술우위를 통해 주력제품에서 차별화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가 있다. 이것이 시장점유율 - 지배력 확장 - 의 바탕이 된다.
또한, 선행연구에서 축적한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유사업종으로의 신사업 전개가 가능해진다.
특정 제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 제일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니치(Global-Niche) 전략만으로는 중소기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강력한 핵심 기반 기술을 창출하는 동시에 경쟁자의 견제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빠른 대기업형’ R&D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고수익·고성장 관련 사업으로 다각화하는 ‘관련 · 집약형’ 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 휴비츠는 초기 추격단계에서는 검안기를 중심으로 안경점용진단기기의 동품질-저가격 기기의 풀라인업(Full-Lineup)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안경점의 패키지 구매형태에 맞춰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저가 우위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리고 검안기-렌즈 가공기에서 축적한 광학 - 기계 - 전자 · 전기기술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현미경 사업에 진출했다.
18%대의 영업이익률과 기존 핵심기술의 활용을 통한 빠른 신제품 개발이라는 두 조건에 모두 적합한 신사업으로 관련˙집약형 다각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 바탕에 있는 것이 바로 ‘빠른 대기업형 R&D 시스템’이다.
Ⅳ. 기술경영을 통해 R&D 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1) 기술경영을 통해 기존 관리방법들로 해결할 수 없는 비효율을 극복한다
Point_ BOM, PDM, PLM 등 기존 관리방법들을 넘어서는 R&D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기술경영 도입이 필수다.
R&D와 신제품 개발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법들은 현장에 적용되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왔다.
BOM(Bill of Material), PDM(Product Data Management),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등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많은 중소/중견기업들도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법들이다.
그러나 이 방법들만으로는 부족하다. R&D에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의 프로세스 곳곳에 이 방법으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없는 비효율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효율 문제에 대한 휴비츠의 답은 기술경영이었다. 기술경영팀을 신설하고, 전담인력을 채용한 뒤 수많은 기술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내부 자료와 데이터 대신 시장과 경쟁사 동향 등 필요한 외부자료를 수집했다.
특허도 잔존 가치와 경쟁사 동향, 외부의 법적 자문을 체계적으로 종합해 유지, 갱신해 나갔다.
결국, 연구개발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최적화됐고 그렇게 모든 프로세스에서 비효율이 제거되고 생산성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2) ‘연구인력 15명당 기술경영인력 1명’ 비율로 R&D를 업그레이드한다
Point_ 연구인력은 R&D에, 기술경영인력은 기술경영에 집중하여 전체 R&D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정수준의 인력 비율 유지가 필요하다.
많은 기업에서 기술경영 인력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연구인력에 비해 기술경영 인력이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획, 전략, 사업화 인력 충원 등 비(非)가시적 성과에 주저하므로 내부 수요와 외부 벤치마킹을 통해 불가피하게 기술경영 인력을 채용한다 해도 보통 한 명에 그친다.
‘두 명은 사치’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또 사내에서 기술경영 니즈가 급증해도 연구원들에게 업무를 분산시키고 끝내버리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 기술 경영은 강중기업으로의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강중기업의 핵심역량은 R&D이다. 그 가운데서도 선행연구 중심의 R&D가 중요하다.
연구원이 R&D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R&D 역량이 길러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휴비츠는 이런 소극적 기술경영의 폐해를 지적한다.
국책과제 행정업무, BOM/PDM 자료관리, 특허 출원 및 갱신,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관리 등 수많은 기술경영 업무를 연구원의 어깨에 올려놓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 짐을 덜어내야 연구원이 R&D에 집중할 수 있고, R&D가 제대로 돌아가며, 선행연구 중심의 R&D 역량이 육성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연구인력 15명당 기술경영인력 1명’이라는 배치 비율이다. 이를 통해 R&D 자체와 기술경영의 생산성이 모두 향상되고 R&D는 자연스럽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Ⅴ. 시사점
강중기업으로 가는 길은 좁고 험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강중기업으로의 성장에 실패하는 이유가 단지 길이 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첫 번째로 무엇이 필요한지 정작 모르고 있는 탓이 크다.
강중기업으로의 성공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와 사례연구에서는 압도적 시장지배력, 고수익, 고도의 기술력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특정 제품에 대한 기술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많은 중소기업도 강중기업으로의 성장에 실패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기술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휴비츠는 아직 강중기업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 강중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강중기업의 조건을 하나씩 갖춰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선택이 탁월하다.
△대기업이 진입하기에 작고 △기술진입 장벽이 높으며 △까다로운 고객이 많은 안광학 의료기기 시장은 대기업의 진입과 후발주자들의 추격이라는 두 가지 위험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실제로 다국적 대기업들의 신규 진입이 없으며, 휴비츠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후발기업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적합한 시장을 파악하고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선행연구 중심의 빠른 대기업형 R&D 시스템은 고도 기술력의 근간이다. 비슷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추격에 성공한 후, 이 시스템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차별화 우위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 △관련 · 집약적 다각화를 통한 신사업 전개의 강중기업으로 가는 두 가지 길을 여는 열쇠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R&D 시스템이다.
그러나 R&D 시스템만으로도 부족하다. 기술에서 매출까지의 모든 비효율을 제거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최종적으로 R&D를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술경영이 필요하다.
휴비츠는 ‘연구인력 15명당 기술경영인력 1명’이라는 비율을 통해 연구원의 R&D 생산성과 기술경영 생산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시도는 성공적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강중기업으로의 성장은 중소기업의 절실한 바람이다. GDP 2만 달러 돌파의 성장 동력을 중소 · 중견기업에서 찾는 정부의 바람도 이에 못지않다.
누구나 목표는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대학이나 연구소, 정부도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휴비츠는 그 답 없는 길을 10여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강중기업으로의 험로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