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Agenda - 선박 판 하이브리드(hybrid) 엔진
이중연료 엔진,
과도기인가
선박용 엔진의 미래인가
현대중공업은 작년 11월 세계 최초로 선박용 이중연료(dual fuel)엔진 패키지를 개발했다.
LNG와 선박용 중유를 동시에 사용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박용 연료는 석탄에서, 벙커C유, 중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발전했다.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LNG의 가격이 더 떨어지면 선박용 연료는 최종적으로 LNG로 바뀔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세상을 접수하다
도요타가 프리우스-하이브리드의 양산을 시작했던 지난 2000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미래 자동차의 대세로 여겨졌다.
현재 전 세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운행 대수는 자동차 총 등록 대수 10억대의 1%가량인 5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이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의 흐름에 맞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하이브리드 차에서 수소차, 전기차로 넘어가는 2030년께가 되면 화석연료 자동차의 시대는 끝날 것” 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 자동차가 ‘하이브리드’ 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솔린과 전기모터, 디젤과 전기모터 등 두 가지 이상의 구동장치를 탑재한 것이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배치해 감속 시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강점은 연비 향상을 통한 연료비 절감과 친환경성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만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에 비해 연료가 20 ~ 50% 덜 든다.
황 화합물(SOx), 질소화합물(NOx), 분진 등 오염물질의 배출량도 그만큼 줄어든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리터당 40㎞에 달한다.
독일 볼크스바겐은 지난 2월 21일 경유 1리터로 최대 111㎞를 달리는 플러그인(충전식) 하이브리드 승용차 ‘XL1’을 올해 말부터 양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하는 현대차 쏘나타(L당 11.9㎞)와 비교하면 9배 이상 연비가 높은 것이다.
향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더 보편화되면 카센터, 주유소 등 자동차와 관련된 전반의 풍경이 바뀔 전망이다. 기름때 묻은 정비사가 손님을 기다리던 카센터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 정비를 할 때 몽키 스패너가 아닌 컴퓨터로 전선을 손보고 연료가 떨어졌을 때 주유소를 찾는 게 아니라 전기충전소를 찾는 모습이 일상적인 풍경이 될 것이다.
선박용 하이브리드 걸음마 시작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와 가솔린을 쓰지만, 이른바 ‘하이브리드 선박’은 중유와 LNG를 쓴다.
이 선박에는 중유와 LNG를 함께 뗄 수 있는 엔진이 탑재된다. 엔진 한기에서 선박용 중유와 LNG의 양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선박에는 중유용 탱크 뿐 아니라 <그림 1>과 같이 LNG연료용 탱크가 함께 설치된다. 운전자의 필요에 따라 중유를 사용할 것인지, LNG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연료 탱크에는 LNG가 극저온(메탄의 기화점인 영하 163℃ 이하)의 액체 상태로 보관된다. 그런데 이렇게 낮은 온도의 LNG를 폭발시키기 위해선 기화(Vaporizing)가 필요하다.
액체 상태의 LNG에는 불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기화기를 통과한 LNG는 일차적으로 온도를 높이기 위해 글리콜 워터(glycol water)를 통과한다.
이는 초저온의 LNG를 데우면서 응결되는 걸 막기 위해 쓰이는 것으로 에틸렌 글리콜과 물을 일 대 일의 비율로 섞은 일종의 ‘부동액’이다.
기화가 끝나도 문제다. LNG를 엔진실에 공급하고 디젤엔진에서 기화된 중유를 압축하면 폭발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자연발화현상’이 발생나지 않는다.
자연발화를 위해선 LNG를 500℃이상의 온도로 압축시켜야 한다. 하지만 스파크(불꽃)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면 발화가 가능하다.
엔진 속에 공급되는 중유는 불꽃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엔진에 미량 공급하는 중유를 ‘파일럿 퓨어(pilot fuel)’ 라고 부른다.
파일럿 퓨어를 폭발시켜 얻은 불꽃으로 기화된 LNG를 다시 태우는 것이다. 마치 가솔린 엔진의 점화 플러그와 비슷한 원리다.
이후 연료로 공급되는 LNG와 중유의 양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한 개의 엔진에서 두 연료를 떼는 ‘하이브리드’ 엔진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중연료 엔진 장점
대형 선박에는 추진용 엔진뿐만 아니라 발전용 중형 엔진이 필요하다. 선원들이 일상생활을 하거나 선박을 항만에 정박(도선)할 때 쓰는 측면 스크류를 돌리는 데 사용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추진용 및 발전용으로 사용 가능한 이중연료 엔진 2기와 LNG를 보냉 · 압축하는 시스템을 합쳐 ‘LNG이중연료 패키지’ 라고 이름 붙였다.
이중연료엔진 패키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성이다. 중유는 LNG뿐 아니라 경유, 휘발유에 비해 황(S), 납(Pb)등 유해 성분의 함유율이 높다.
연소 시 오염물질 배출량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분자구조상 탄소(C) 원자 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연료를 폭발시킬 때 그만큼 공기를 많이 주입해야한다는 의미다.
엔진에 공급되는 공기 속의 질소가 산소와 반응해 산성비를 일으키는 질소산화물(NOx)이 다량 배출될 수 있다.
이중연료 엔진은 중유의 사용량을 줄이고 대신 LNG를 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이다.
LNG엔진은 공기를 많이 압축시켜 연소하는 린번(Lean Burn) 방법을 쓴다. 이를 통해 공기 중 질소가 연소돼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LNG만으로 움직이는 배는 중유 선박보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3%, 질소산화물을 25%, 황화합물(SOx)을 99%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를 누비는 대형 상선은 총 5만여 대로 추정된다. 자동차 보다는 훨씬 적은 수다. 하지만 1척당 엔진 규모 및 배출량을 감안하면 자동차 못지않은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배기가스가 일으키는 연안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5년부터 배출량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미 미국, 노르웨이, 유럽 항만에선 선박이 배출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화합물, 질소산화물 함유량을 조사해 기준치가 통과되지 않으면 입항을 막고 있다.
친환경성도 큰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중연료 엔진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성이다. LNG의 단위 가격 대비 효율성은 중유에 비해 30% 가량 높다.
유가가 더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LNG를 사용하는 것이 더 싸다. 채굴 경제성이 없었던 광구에서 LNG 생산을 시작하고 미국발 셰일가스 개발 붐이 본격화되면 향후 LNG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닭(배)이 먼저냐 달걀(주유소)이 먼저냐
이중연료 엔진이, LNG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이른바 ‘풀(full) LNG 연료선’이 보편화하기 전의 과도기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LNG의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고 LNG연료선을 만들기 위한 기술력 또한 이미 확보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르웨이는 이미 2007년부터 이른바 공공페리에 LNG선 도입을 추진, 현재 수십 척을 운항하고 있다. 향후 컨테이너운반선 등 대형선도 풀 LNG엔진을 도입할 전망이다.
미국 해운선사인 토테(TOTE)는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디섹과 LNG를 연료로 하는 3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 운반선의 관련 설계 및 자재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 선박은 건조가 완료되는 2015년 말 정도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풀 LNG선은 강화되고 있는 각국의 환경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고 LNG의 가격이 떨어지면 더욱 경제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각국의 환경 관련 정책 추세와도 맞아 떨어진다.
그럼에도 LNG 연료선의 시대가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선박의 교체주기가 20 ~ 30년으로 길다는 점과 LNG를 연료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가 더딘 점을 이유로 꼽는다.
현재로선 선주들은 갑작스럽게 바뀌는 선박 배출 가스 기준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기존 선박을 환경기준에 맞게 개조하는 데에는 신조 건조 이상의 돈이 들 수도 있다.
LNG를 대량 공급받을 수 있는 주유소(벙커링 스페이스)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항만에서 LNG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한 항만은 유럽, 미국 등 몇개에 불과하다.
IMO 등 해사기구들은 “선주사가 LNG연료선을 발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주사들은 “인프라가 구축돼야 LNG선을 발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선박용 이중연료 엔진은 앞으로 10여 년간 상선시장에서 훌륭한 대안으로 취급될 전망이다.
장거리 운송 시에는 중유를 사용하고 연안에선 규제에 맞춰 LNG를 사용하는 식이 되는 것이다. 아직 LNG연료 공급 설비가 완성되지 않은 세계 어디로든 운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중유를 연료로 하는 선박이 LNG연료선으로 바뀌기 위해선 LNG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선박의 LNG 주유소 역할을 할 ‘해상 벙커링 센터’, ‘벙커링 쉽’을 제작하려는 논의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