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특별기획 SPECIAL REPORT 05 - 매트릭스 조직 사례 01 볼보코리아의 매트릭스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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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설기계 전문기업인 볼보그룹코리아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R&D인력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은 매트릭스 구조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볼보그룹코리아의 창원공장은 이 매트릭스 구조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평균 23개월이 소요되던 개발기간을 15개월로 단축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 극적인 성공사례는 볼보그룹 내에서도 유명해, 벤치마킹 대상으로 회자될 정도이다.

전형적인 한국식 상하구조였던 R&D조직문화를 극복하고 3년 6개월 만에 매트릭스 조직구조를 안착시킨 볼보그룹코리아 창원공장을 통해 매트릭스 조직의 성공비결을 확인한다.


스웨덴의 볼보그룹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차와 항공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자동차와 항공 등 굵직굵직한 사업분야를 매각하고 굴삭기와 휠로더, 로드 프로덕트 등 다양한 건설기계로 특화했다.

경남 창원의 볼보건설기계 현장은 볼보그룹의 전 세계 사업장 가운데 굴삭기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에서 건설기계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볼보그룹의 일원으로 내재화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창원공장에서 제품 설계와 생산공정등을 개발하면 중국, 인도 현지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창원공장의 생산량도 함께 늘어나 1998년 연간 3600대에 불과했던 굴삭기 생산량은 매년 가파르게 올라 2007년에는 1만 2800대까지 상승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생산량이 급감했지만, 2010년 1만 2200대, 2011년 1만 5000여 대로 완전히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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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매출은 2011년 2조 3608억 원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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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장이 굴삭기 본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볼보그룹이 2009년 6월 4일 R&D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한 매트릭스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 볼보그룹 직원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얽어진 형태다.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는 160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340명에 이르는 R&D 인력은 한국뿐 아니라 스웨덴 · 독일 · 미국 등에 퍼져있는 R&D 인력과도 연결돼 있다.

한마디로 매트릭스는 프로젝트에 기반한 조직이다.

프로젝트 매니저 아래 엔진과 구조, 유압 등 관련 부서에 속해있는 연구원들이 프로젝트의 팀원으로 들어오면서 수평적인 조직이 형성된다.

여기에는 재무팀과 마케팅팀 등의 인력도 가담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개발사업부를 형성하게 된다.
 
어떤 물리적인 공간에 이들이 모이는 게 아니라 각자 소속된 부서에서 서로에게 할당된 R&D 목표에 맞게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 명의 연구원이 2 ∼ 3개의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연구원 평가는 소속 부서장이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하게 된다. 수평조직과 수직조직이 탄탄하게 조합된 형태다.

이 회사의 김두상 부사장은 “볼보그룹 내 인재들을 필요할 때마다 네트워크를 통해 활용하고 산재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R&D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선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지 3년 6개월 만에 개발 착수부터 출시까지 평균 23개월 걸리는 시간이 15개월로 대폭 줄어 볼보그룹 내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6년 150억 원을 들여 건립한 첨단기술개발센터는 매트릭스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전시장과 같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연구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영하 30도의 냉동실에 굴삭기를 집어넣고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공간에서부터 각종 시험데이터를 가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가상시뮬레이션 시험실 등이 들어서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명함에는 두 개 이상의 직책이 표시돼 있다.

이 가운데 강호진 매니저는 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건설기계용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매니저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인 15명, 스웨덴인이 3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독일인과 미국인도 있다.
 
강 매니저는 매주 화요일 오후 4시에는 스웨덴과 연결해 프로젝트 상황을 점검하고,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는 미국과 연결한다.

단순히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진한 점이 있으면 보완을 지시해야 하고, 잘한 점이 있으면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한다.

1년에 두어 차례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야 프로젝트를 면밀하게 끌어갈 수 있다.

그는 하이브리드 프로젝트 이외에도 가상시뮬레이션 시스템과 유압시스템 프로젝트까지 맡고 있다.

강 매니저는 “이일 저일 하다 보면 정신 없을 때도 있지만 책상에 앉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며 “특히 한국사람은 목표의식이 강해 프로젝트리더로서 적격이라는 평을 듣는다”고 말했다.

강 매니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의 CPM(Chief PM)이외에도 시뮬레이션 시스템과 유압시스템 등 두어 개의 CPM을 추가로 맡고 있다.

독일의 콘츠 연구소에 2년간 파견 갔다 온 경험이있어 특히 독일과 스웨덴 R&D 인력과 친분이 두텁다.


<김두상 부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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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의 연구소 역할이 백화점 식이었다면 지금은 굴삭기에 집중하는 전문숍 형태다.”

볼보그룹코리아의 김두상 부사장은 경남 창원의 굴삭기 R&D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1998년 삼성에서 볼보그룹이 건설기계사업부를 인수할 때 함께 넘어왔다.

당시 연구소 인력이 18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340명을 넘는 수준이다.
 
창원이 굴삭기 R&D의 허브일 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기지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Q. 볼보그룹이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 배경은?

볼보건설기계의 첫 출발은 스웨덴 휠로더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혼자서는 자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삼성 등으로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굴삭기 사업을 차리고, 미국의 잉거솔랜드가 갖고 있는 도로건설장비 등의 사업을 인수했다.

이런 작업이 2000년대 중반에 모두 끝났다. 2009년 통합의 완성과정으로서 매트릭스를 도입한 것이다.

독일과 스웨덴, 창원에 있는 연구소를 관장하는 조직을 만들고, 제품이라는 측면에서는 굴삭기를 창원, 휠로더는 스웨덴, 로드머신은 미국 등의 지역으로 묶었다.
 
기술 측면에서는 세로축으로, 하이드로 · 일렉트로 · 파워트레인 등으로 나눴다.


Q. 매트릭스 조직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한국 연구소 조직을 예로 들어보자. 연구소를 가로와 세로로 묶었다. 유압시스템을 관장하는 연구소 헤드가 스웨덴에 있는 기술을 이쪽으로 연결할 수 있다.

스웨덴 R&D 센터에도 엔진이나 일렉트로는 분산된 조직으로 헤드를 두고 있다. 글로벌이면서 로컬 형태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창원에는 20명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고, 현재 5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다. 한 명당 2 ~ 3개의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사이즈에 따라 임원급이 매니저 역할을 맡기도 하고, 차장급 매니저도 있다.


Q. 개개인의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

평가는 자기가 속한 세로축, 즉 라인조직에서 이뤄진다.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헤드들의 자문을 구해 평가한다.

프로젝트 내에서는 매니저를 제외하고 모두 평등한 관계이다. 프로젝트 매니저의 의견을 참고한다.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하관계에서는 이렇게 눈치 안 보고 일하기 힘들다. 이직률이 굉장히 낮다.

또 이곳에서는 파견이라는 개념이 없다. 본인이 필요하다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해외 현장으로 가서 근무할 수도 있다.
 
R&D 효율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조직이 흘러간다.


<정안균 상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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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그룹코리아의 정안균 상무는 창원 연구소 내 첨단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2006년 10월 볼보가 150억 원을 들여 연건평 828평의 부지에 지상 2층의 규모로 완성한 센터다.

세계 굴삭기 업계 최초로 가상체험기술을 활용했다.

제품 개발부터 완성까지 모든 단계에서 가상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종합적인 성능 검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굴삭기 품질에 획기적인 향상을 가져왔다.

정 상무는 전 세계 R&D 매트릭스 내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Q. 매트릭스 도입 초기 문제는 없었나?

문화적 차이가 가장 컸다. 창원은 수직적인 서열중심 구조에서 성과를 중요시하는 조직이었다.

스웨덴 쪽은 결과보다는 관계를 중요시했고, 그렇게 되면 성과는 자동적으로 나온다고 봤다.

현재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수평적 구조에서 관계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전에 우리 기업은 시키면 바로 해오는 문화를 가졌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관계를 형성하는데 주력하면서 잠재적인 성과까지 끌어내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 지 3년 반 만에 볼보 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Q. 스웨덴 사람들의 인식변화는 없었나?

스웨덴 쪽도 우리 성향의 장단점을 배우기 위해 중간 점에 와있다. 스웨덴 사람들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빨라지고 있다.

컨센서스를 이뤄야 하고 동의를 해야 하는 관계 중심의 사고방식은 여전하지만, 우리와의 관계를 통해 태스크 오리엔티드적인 성향이 가미되면서 가장 조화로운 위치로 변하고 있다.


Q. 한국의 전형적인 조직문화에 조언한다면?

한국의 상하구조는 외국에 진출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수평적 구조가 잘 이뤄지려면 팀의 대표로서, 다른 팀의 대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좋은 관계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야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관계를 이뤄가는 형태는 수직적 구조에서는 나오기 힘들고, 수평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까라면 까’는 조직문화에서는 일시적으로 요구되는 결과 이외에는 절대 다른 성과가 나올 수 없지만 관계지향적 수평적 구조에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대했던 이상의 성과가 반드시 나오게 마련이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는 수면위로 나와 있는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숨어있는 빙하 전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