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특별기획 SPECIAL REPORT 01 - R&D 조직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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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조직구조는 대표적으로 중앙집중형, 분권형, 통합형, 네트워크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들 구조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어떤 기업에든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조직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규모, 업종, 기술의 성격 그리고 추구하는 전략에 따라서 가장 적정한 조직형태를 선택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 기업에게 딱 맞는 조직구조는 어떤 형태일까?

대표적인 조직구조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하고 상황적응적 접근법(contingency approach)에 따라 R&D 조직구조를 선택해보자.


R&D 조직구조에 대해서는 주로 중앙집중형 대 분권형 구조와 관련된 문제가 논의의 중심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실제 기업이 택하고 있는 조직구조는 다양한 형태로 설계 운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업에서 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R&D 조직구조의 대표적인 형태들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중앙집중형 조직구조

중앙집중형 R&D 조직구조는 전사 수준에서만 R&D 기능이 수행되는 형태로서 기업의 초창기에 주로 택하는 형태이다.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사업부가 설치되기 이전에 R&D 기능은 전사 수준에 집중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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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은 국내 중소기업 J사의 기술연구소 조직도이다.

중앙집중형 조직구조는 앞의 글에서 설명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즉 규모의 경제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사 차원에서 미래의 기반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수행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분권형 조직구조

사업이 커지면서 사업부문이 형성되면 사업별로 제품이나 시장의 요구를 좀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종래 중앙에 집중해서 이루어지던 R&D 기능은 사업부별로 수행하게 된다.

이를 분권형 R&D 조직구조라 한다. 이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앞의 글에서 다룬 바 있다.

분권형 조직구조라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그림2>에서 보는것처럼 대표적으로 세 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Desanctis etal.,2002.).

중앙연구소 부재형 : 첫 번째 형태는 중앙연구소 기능이 거의 없는 순수한 형태의 분권형이다. 모든 R&D활동은 사업부 내에서만 이루어진다.

사업부의 R&D그룹들을 중앙 오피스에서 조정하는 기술최고책임자(CFO)를 둘 수도 있고 안 둘 수도 있다.

이 순수한 분권화 방식은 R&D를 제품과 고객에게 근접하게 하며 Miles와 Snow가 말하는 수비형 전략(defender strategy)과 부합되는 형태이다.

과학과 엔지니어링의 전문지식은 구체적인 제품이나 시장을 지향하게 되고 혁신 노력의 목표가 뚜렷하다.

만일 R&D예산에 제약이 있다면 가장 결실이 크리라 예상되는 프로젝트로 돈이 주어지게 된다.

이런 장점이 있지만 사업부의 R&D 그룹 간의 소통이 별로 없음으로 인해서 회사 전체 R&D역량의 학습이나 제고 효과는 별로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회사 전체의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위한 연구지원은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어렵다.

또 연구실이나 연구자들이 중복되고 또 회사 전체로 공유되지도 못해 R&D 지출의 규모의 경제도 실현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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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연구소 분할형 : 중앙연구소 분할형은 각 사업부가 독자적인 R&D 부서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 부서들이 마치 중앙연구소와 같이 한 장소에 모여 있는 형태이다.

이 조직구조는 앞서 언급한 중앙연구소 부재형이 사업부의 R&D 부서 간 횡적 소통이 전무하다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형태이다.

이 방식이 중앙연구소 부재형 보다 나은 점은 여러 사업부 간 R&D그룹간에 지식 이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일 장소에 소재’(co-location)하는 것은 비공식적인 협조와 공동문제의 해결을 촉진하는 효과를 지닌다.

더구나 여기에는 비용절감의 장점도 있다. R&D 부서가 같은 위치에 있어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함께 관리할 수 있어서 채용, 훈련 및 기타 인사비용의 합리화가 가능하다.
 
반면에 사업부와 R&D 집단들과의 긴밀성은 각 사업부 내에 존재할 때보다는 떨어질 위험성이 존재한다.

분산형 : 분산형은 R&D 기능이 회사 전체에 흩어져 있는 형태이다.

기회와 사업요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R&D 부서가 만들어 진다. R&D가 필요하고 여유가 있는 사업부는 복수의 R&D 그룹을 만들 수도 있는가 하면 전혀 R&D 부서를 두지 않는 사업부도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복합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 성격의 ‘제품전략 그룹’이 만들어진다.

이 분산형에서는 중앙연구소를 둘 수도 있고 안 둘 수도 있다. 분산형에서의 중앙연구소는 그 역할이 R&D 노력을 조정한다기보다는 사업부 내에서 충족될 수 없는 특정제품개발 요구를 수행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분산형의 장점은 제품혁신과 실험의 문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델은 기업의 탐색전략(prospector strategy)에 부합한다.

반면에 단점은 활동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나 연구자원이 허비될 수 있고 적절하게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잠재적인 단점을 고려해서 전사로부터 나온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저장하고 차후에 타인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이나 사람 없이 통합 정보시스템에만 의존하는 데에는 항상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분산형은 분권화가 갈피를 못 잡아 통제를 잃을 위험성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통한 가치의 성취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극히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형 R&D 조직구조

통합형(integrated) R&D 조직구조는 단기적인 제품개발의 필요성과 장기적인 기초과학 이니셔티브를 통합한 조직구조 형태이다.

사업부내에 R&D 조직과 중앙집중형 연구소가 공존하는 형태로서 혼합형(hybrid)이라고도 불리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기초기술을 통한 획기적인 기술혁신과 함께 사업부 내의 점진적인 기술혁신을 동시에 수행하고자 하기 때문에 통합형 조직구조를 택하고 있다.

중앙연구소는 반드시 규모가 클 필요는 없지만 전략수행에 핵심 조정역할을 수행하고 기업의 R&D 리더십 역할을 담당해 기업 전체 R&D 노력의 허브 역할을 한다.

물론 중앙연구소는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사업부와 연결될 뿐만 아니라 사업부간의 조정역할도 담당한다.

그럼으로써 기업의 R&D 노력을 회사 전체의 전략적 목표와 연계하는 것을 꾀한다. 이 부분은 통합형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전사적인 R&D 활동의 조정이 쉽지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잘 되지 못한다면 이 형태는 비능률과 비경제의 온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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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은 <그림3>에서 보듯이 순수혼합형과 변형혼합형으로 나뉘기도 한다(장성근, 2009).

순수혼합형은 사업부문별 R&D 부서와 전사 중앙연구소가 병존하는 형으로 세계적인 대기업들인 에릭슨(Ericsson), 필립스(Philips), 노키아(Nokia) 등이 채택하고 있다.

변형혼합형은 미래 역할을 준비하는 전사 연구소 외에 사업을 지원하는 중기적 연구를 중앙집중형 형태로 연구하는 연구소가 공존하는 형태를 말한다.

변형혼합형은 한국이나 일본기업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데(장성근, 2009) 우리나라의 LG전자나 삼성전자 등에서도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 단계로 R&D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1∼2년 내 상품화 기술을 위한 각 사업부 개발팀, 3 ∼ 5년 후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종합기술원 등으로 체계화되어 있어 여기서 말하는 병렬혼합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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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에서는 전사 연구소와 사업부 내 R&D부서 간의 조정이 핵심인 바 조정방식에 따라 <그림4>에서 보는 바와 같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뉘기도 한다(Desanctis et al., 2002).

팀기반 조정(Team-based coordination): 사업부와 전사 연구소 인력으로 구성된 공식 중개집단이 있어 조정이 이루어지는 형태이다.

H사는 특정유형의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부와 CRD 인원들로 구성된 기술팀이나 기술서비스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대개 이 팀에는 여러 사업부 사람들이 포함된다. 다른 사례로 M사는 각 주요 제품 라인과 관련되어 이러한 합동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X사는 전사 연구소의 인력이 특정 사업부 연구 니드를 담당하는 임시 팀을 가동하기도 한다.

연락담당 기반 조정(Liaison-based coordination) : 전사 연구소 내의 관리자들에게 전사연구소와 사업부를 연결할 지정된 책임이 부여되는 형태의 조정이다.

G사는 전사연구소와 사업부 간의 연계역할을 하도록 사업부별로 한 명의 관계관리자(realationship manager)를 지명하고 있다.
 
이 관계관리자는 라인책임은 없고 전사 연구소 소장에게 보고를 함으로써 강력한 암묵적 권위를 지닌다.
 
이들은 전략적 계획의 통합적 부분이며 각 관계 관리자는 부분적으로 합동 프로젝트의 성공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대개 이들은 특정사업부 니드에 정통한 인물이 지정된다.


네트워크 R&D 조직구조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이 강조됨에 따라 다양한 기술원천과 관계를 맺는 네트워크(network)형도 R&D 조직구조의 하나로 편입되고 있다.

이 네트워크형에서는 기술적인 역량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그것이 사업부, 전사 연구소, 아니면 조직 외부든 관계없이 관계를 형성한다.

이 네트워크형은 기초기술발전을 사업요구와 연결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R&D에 대한 탐색자 전략(prospector strategy)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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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그림5>에서 보듯이 세 가지 형태가 있다(Desanctis et al., 2002).

내부시장형(internal-market model)은 전사 연구소와 사업부 간의 비공식적인 상호작용에 의존하는 형태이다.

사업부는 자유롭게 전사 연구소에 있는 연구자들에게 접근해서 기술지원이나 본격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요청할 수 있다.

프로젝트 일정이나 비용은 구체적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협상된다.

획득형(acquisition model)은 기업 외부의 사업체와 R&D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전략과 특정 요구에 맞춰 기술을 수입하고 이를 사업부 내의 제품개발에 편입시킨다.

기업확장형(extended-enterprise model)은 네트워크 개념에서 진일보하여 광범위한 내·외부 파트너와 R&D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전사 연구소가 정부연구소, 대학, 타 회사와 제휴를 하거나 공동 R&D벤처를 만들 수 있다.

또 한 사업부의 R&D부서가 다른 사업부의 R&D 요구를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최근에 오픈 이노베이션의 추세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 되고 있다. 이상으로 현실에서 사용되는 R&D 조직구조의 대표적인 형태들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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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에서 보는 것처럼 모든 형태들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단일의 R&D를 위한 최적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규모 기업의 역량과 자원, 기술과 비즈니스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자기 기업에 맞는 조직형태와 운영방식이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상황변화에 맞추어 유기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현대 경영의 추세인 상황적응적 접근법(contingency approach)은 R&D 조직구조의 선택에 있어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