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나로호가 남긴 꿈과 미래
2013년 1월 31일 오전 3시 28분, 우주로 쏘아올린 나로 과학위성으로부터 첫 신호가 수신된 순간, 나로우주센터에서 초조하게 교신을 시도하던 과학기술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02년 8월부터 장장 10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자, 대한민국의 우주도전 역사에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았을까?
10년을 하루같이 고민하고 노력했을 나로호 과학기술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진심 어린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나로호, 대한민국 우주개발시대를 열다
나로호의 성공 소식은 여러 가지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CNN은 나로호의 성공소식을 전하면서 '동북아시아가 전 세계 우주 경쟁의 정점자리까지 파고들었다’, ‘동북아가 21세기 우주경쟁의 새로운 진원지(epicenter)'가 되었다고 논평했다.
우주경쟁력에서 세계 4위와 5위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일본과 더불어 한국까지 자국 내 로켓 발사에 성공하는 등 과거 미·소 우주경쟁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2008년 유인우주선 선저우 7호와 2010년 달탐사 위성 창어 2호를 발사하면서 우주강국으로서 급격히 성장하였으며, 일본도 2007년 달 탐사 위성인 가구야와 2010년 금성 탐사선 아카쓰카를 쏘아 올리며우주강국으로서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나로호 발사는 이웃한 중국, 일본에 비해 비록 늦었지만, 곧 다가올 우주개발시대의 국가 간 경쟁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격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우리 기업 첨단기술의 결정체
그뿐이랴. 로켓과 위성은 첨단기술의 결정체이다.
지극히 간단하게 보이는 위성도 극한의 우주환경을 견디기 위해서 최첨단 소재가 사용되고, 우주 발사 시의 충격을 이기는 초정밀 부품들로 구성된다.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 정확히 계산된 지점에 위성을 놓아야 하는 로켓제어 기술은 또 어떤가.
이 과정에서 습득된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불허한다.
보통 우주산업의 기술파급력은 자동차산업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나로호 프로젝트에는 대한항공,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원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한국화이바, 하이 록코리아, 탑엔지니어링, 네비콤, 쎄트렉아이 등의 중소기업까지 총 150개사가 참여했다.
나로호의 성공은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1970년, 일본의 자국위성 발사 성공에도 130여 개 기업의 힘이 있었다.
1980 ~ 90년대를 호령하는 세계 최고의 조선회사에서 위성발사 서비스업체로 변신한 미쓰비시중공업도 바로 그 기업들 중 하나였다.
나로호의 성공은 2007년 기준으로 세계시장 규모만도 연간 326조 원에 달하는 우주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뻗어나갈 활로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방송, 통신, 기상, 방위 등 연관된 부문의 성장도 기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에 따른 경제파급 효과가 3 ~ 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민적 관심으로 과학기술 저변 확대
이런 유형적 성과보다 더욱 값진 것은 나로호로 인해 우주개발, 나아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부쩍 커진 것이다.
하늘을 가르며 비상하는 나로호의 성공을 생생하게 경험한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의 즐거움과 자부심을 깨닫는다면 그보다 값진 성과는 없을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박세리의 호쾌한 스윙을 보고 자란 박세리 키즈들이 LPGA를 점령하고, 김연아와 박태환을 동경하는 미래의 꿈나무들이 빙상으로 수영장으로 향하며 제2의 김연아 · 박태환을 꿈꾸는 것처럼, 나로호에서 꿈을 발견한 과학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 기대한다.
이보다 더한 이공계 기피 대책은 없을 것이며, 이보다 효과적인 과학기술 저변 확대는 없을 것이다.
우주항공 전문 인력 양성 필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갈 길은 멀다. 연구개발 예산 부족, 높은 대외기술 의존도, 민간 기업 참여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태부족한 전문 인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항공 전문 인력은 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우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 하나만 해도 우주항공기술연구소 5개와 130여 개 기관에 종업원 11만 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산업 전체 종사자는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력 규모만으로 보면, 그야말로 플라이급과 헤비급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우선 2018년을 목표로 하는 1.5톤급 저궤도 위성발사용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사업을 성실히 추진해야 한다. 본격적인 발사체개발의 출발이니만큼,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할 것이다.
발사체 개발을 통합추진할 수 있는 전담조직의 구축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술확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로호의 경험을 통해 산학연의 협력을 경험했고 성공도 거뒀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언제나 우리나라가 경쟁자를 앞질렀듯, 이번에도 해내리라 확신한다. 우리 우주개발은 이제 시작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