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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Essay - 위기 극복은 정(正)발상으로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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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위기라고 난리다. 그리스 문제로 한동안 시끄럽더니, 스페인, 유럽, 요즘은 미국, 일본, 심지어 중국까지도 문제가 크다고 난리다. 어두운 뉴스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축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확대하기도 여간 두려운 게 아니다.

한 발짝만 헛디디거나 한 발짝 늦으면 끝장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이만저만한 위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패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돈도 없다.

실패는 말할 것도 없고, 자그마한 실수도 하지 말아야 한다. 시행착오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흔하게 나오는 대책은, 인력을 감축하고, 경비를 절감하고, 출장을 줄이고, 밤새워 연구하라 하는 식의 비상 사태 선포다.

위기감을 고취하기 위해 골프 자제는 물론이고, 절전, 절수는 필수다.
 
국내 최대 그룹 회사에서 임원들을 무조건 아침 6시 반까지 출근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과연 이러한 대책으로 이 엄청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대책일까?

몇가지 사례를 들어 어떻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인지, 혹은 역효과를 내는 것인지 살펴보자.


위기 상황에서는 정보가 더없이 중요하다. 정확한 정보를, 경쟁자들보다 한발 먼저 입수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어디서 누구로부터 얻을 것인가? 신문으로부터? 인터넷에서?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로부터 직접 얻지 않고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몇 발짝 늦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야 하나? 출장을 금지하여 내부에 머무르게 할 일이 아니라, 밖으로 다녀야 만날 수 있다.

출장을 줄이고 골프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출장을 더 다니고 골프도 치면서 정보를 얻게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발상 대책일까.


위기 상황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경쟁자보다 먼저 개발해야 하고, 또 시간이 걸리면 돈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직 내외의 지식이나 경험, 노하우를 정확하게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개인은 물론, 조직이 경험했던 실수나 실패, 시행착오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확보해주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쓸데없는 잡담이라고 대화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패나 실수, 시행착오는 결코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누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조직원들끼리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때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사적인 잡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화 도중에 경험을 공유만 할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는 셈이다.

위기 상황의 회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얼마나 하겠는가. 위기상황에서 사적인 대화를 장려하는 것이 정발상 대책이 아닌가. 위기는 정발상으로 극복해야 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침착하고 차분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윗사람뿐만 아니라, 조직원들 모두가 위기감을 느낀다.

윗사람 눈에는 조직원들이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아래 직원들일수록 더 긴장한다.

주변으로부터 보고 듣는 이야기에 주눅이 들고, 윗사람들의 말이나 표정으로부터 직접 느끼는 압박감에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위기를 느낄 때는 심신이 위축되어 실수를 연발하게 되고, 저지르는 실수에 기가 죽어 작은 도전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위기 상황이 닥치면, 윗사람들은 직원들 앞에서 무게를 잡고 위기감을 조성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요구한다. 야구 게임을 생각해보자.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타자에게 홈런을 치지 못하면 큰일이라고 겁을 주면 홈런을 칠 수 있을까?

투수에게 잘 던지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하면 잘 던질 수 있을까? 위기를 잊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어야 잘 치고 던질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위기는 도전해야 극복할 수 있는데, 위기의식으로 무장을 시키면 도전할 수 있을까? 오히려 도전 의욕마저 꺾는 것이 아닌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위기를 잊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정발상 대책 아닌가.


위기 상황에서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요즘의 제품이나 기술은 고난도의 기술이 융합되어 복합적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실수도 치명적인 오류를 낳을 수 있고, 그것을 찾아내어 해결하는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정신 기강을 바로 잡는다고 청소를 시키고, 정신교육을 한다.

전등 하나라도 잘못 켜놓으면 난리를 친다. 위기 극복이니, 대책 마련이니 하면서 회의도 많이 한다.

정작 일을 하는 당사자들은 일을 할 시간이 없고,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기강을 잡는다고 사소한 일까지 시키면 위기를 극복할수 있을까. 일에 집중시키는 것이 정발상 대책 아닌가.


위기 상황에서는 맑은 정신으로 일을 해야 한다. 첨단 기술은 단순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 일을 한다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맑은 정신으로 일을 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위기 상황에 부닥치면 일단 야근, 주말 근무부터 시작한다.

아침 일찍 6시까지 출근시키는 것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사기를 올려준답시고 밤 늦게까지 회식을 하며 술까지 많이 마시게 한다. 정신이 맑을 수 없게 만든다.

잠을 푹 자게 하고, 신체에 휴식을 주어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 정발상 위기 극복이 아닌가.


위기 상황에서는 구사하는 방법과 수단이 스마트해야 한다. 아무리 날 선 도끼라 하더라도 톱을 이길 수 없다.

상대가 전기톱을 사용한다면 도끼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이길 수가 없다. 전기톱도 포크레인을 이길 수 없다. 방법이나 수단이 스마트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위기 상황에서 톱과 같은 경쟁적인 툴이나 수단을 찾아주기는커녕, 날이 무뎌진 도끼조차 갈 시간을 주지 않고 죽어라 일만 시킨다.

그런 좋은 툴이나 수단을 찾거나 배울 시간이 있으면 한 시간이라도 더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고집한다.

초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고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정발상 아닌가.

위기는 감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하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극복할 수 있다. 냉정한 판단과 침착한 행동, 이것이 정발상 위기 극복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