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미래 과학기술과 동양 사상이 버무려진 SF <클라우드 아틀라스>

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http://movie.naver.com(네이버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가 공동으로 감독을 말았던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된 바 있다.
 
수백 년의 시공간에 걸친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특한 구도의 SF영화로서, 동양의 윤회사상을 따르는 듯 주인공들이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서 삶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미래 과학기술을 미리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로 맞물리는
여섯 가지 이야기


영화의 구성을 이루는 여섯 가지 이야기의 무대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이야기의 무대는 1849년 태평양을 항해하는 배 안으로서, 병에 걸린 젊은 변호사 애덤 어윙은 자신을 치료해주는 척하면서 실은 그의 목숨을 노리는 악한 의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밀항 중인 흑인 노예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1936년 벨기에 동성애자인 한 남자가 위대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당대 실력자의 조수로 취직한다.
 
자신만의 걸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 육중주’를 작곡하지만, 이를 가로채려는 저명 작곡가의 협박을 받아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이야기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1974년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핵발전소, 한 여기자가 핵발전 기술에 얽힌 비밀을 파헤친다.

네 번째 이야기의 무대는 2012년 영국 런던, 우여곡절 끝에 상당한 돈을 벌게 된 출판업자가 강제로 요양원에 갇혀서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다가, 동료 노인들과 함께 극적으로 탈출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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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이야기의 무대는 2144년 국제도시 서울이다.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여성 복제인간 손미가 어느 감독관의 도움으로 자각을 하게 되고, 저항군의 일원이 되어 끔찍한 현실과 인간들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그들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이야기의 무대는 인류 문명이 파괴된 먼 미래인 2346년의 남태평양 섬이다.

잔인한 식인종족으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려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한편, 멀리서 온 이방인을 도와주게 되는 청년 자크리의 활약이 펼쳐진다.


로봇처럼 일하는
용도의 복제인간


과학기술 관련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이야기, 즉 2144년의 서울과 2346년 인류 문명 몰락 이후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2144년의 미래 서울은 화려한 국제도시에 크고 작은 여러 교통수단들이 공중에 떠서 빠르게 오가고 각종 첨단기술들도 등장하지만, 가장 주목되는 것은 복제인간이다.

한국배우 배두나가 복제인간 중 한 명인 손미-451의 배역으로 나오는데, 이들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대량으로 만들어져서 식당 종업원 업무 등의 고된 일로 인간에게 착취당하면서 엄격한 규율과 꽉 짜인 하루일과에 따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을 한다.

이 대목은 복제인간의 애환을 다룬 다른 영화인 ‘블레이드 러너’와 ‘아일랜드’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복제인간의 유형으로는, 블레이드 러너의 안드로이드처럼 우수한 전자두뇌와 인공피부를 갖추고 외관상 인간과 같아 보이는 로봇에 가까운 존재가 있고, 아일랜드의 복제인간처럼 장기의 제공 등을 목적으로 체세포 복제 등의 생물학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복제인간의 탄생 과정 등이 상세히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장면과 대사를 바탕으로 추론해 보자면 이 영화에 나오는 손미-451 등의 복제인간들은 생물학적 방법으로 만들어지되 하는 일은 로봇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대량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은 인간과 차별을 받으면서 노예처럼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인간에게 반항을 하거나 규율을 어길 경우, 마치 개목걸이처럼 목을 감싼 금속 밴드에 장착된 폭탄이 터져 경동맥이 끊어져 죽는 끔찍한 장면도 나온다.

또한 업무 실적이 좋을 때마다 포상처럼 금속 밴드에 찍히는 표지가 일정량을 넘을 경우, 목을 죄어온 금속 밴드로부터 해방되어 좋은 곳으로 가는 설정이 있으나, 사실은 노동력이 떨어진 복제인간들을 처리하여 그들의 식량으로 재활용한다는 섬뜩한 대목이다.

마치 영화 ‘아일랜드’에서 복제인간이 윗선의 배려로 휴가 차 좋은곳으로 떠나는 것이 실은 자신과 똑같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끌려가는 설정을 떠올리게 한다.


복제인간의 식량,
광우병의 공포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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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451을 비롯한 복제인간들이 식량처럼 섭취하는 ‘비누 음료’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바로 동료들의 시신으로부터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대목을 곰곰이 뜯어보면 광우병 문제 등을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광우병의 발생은 바로 신종 동물성 사료, 즉 ‘소에게 소를 먹인’ 어처구니없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결과 광우병이라는 재앙이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왔음을 이 영화를 통하여 다시 한 번 되짚으면서 반성을 해보자면 지나친 과장일까?

더구나 이 영화의 맨 처음 이야기와 맨 마지막 이야기 역시 식인종과 관련된 대목이 나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첫 이야기에서는 남태평양 해변에서 발견된 인간들의 치아를 보면서, 옛날 식인종들이 인간을 먹고 남긴 흔적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고, 맨마지막 이야기에서는 흉포한 식인종인 코나 족이 주인공 자크리(톰 행크스 분)와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살해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이른바 인간광우병이라 지칭되는 변형 크로이츠 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vCJD)은 바로 옛날에 식인 풍습이 있었던 파푸아뉴기니아의 부족들에게서 자주 발병되었던 쿠루병과 유사한 종류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복제인간의 ‘비누 음료’와 식인종의 연계에 작가와 감독의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이 대목에서 광우병의 공포를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필자의 견해가 그다지 억지는 아닐 듯하다.


2144년의 서울 하늘을
수놓는 스카이카


2144년의 서울에서 보여 지는 갖가지 첨단기술들, 즉 레이저 광선이 발사되는 권총형 개인무기, 공간 터치스크린과 각종 디스플레이, 미래의 교통수단 등은 다른 SF영화들에서도 간혹 등장했던 것 들이다.
 
레이저 광선총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 등에서도 자주 나오는데, 현재에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등을 비롯하여 각종 레이저 무기가 실전 배치되는 수준이고, 무기는 아니지만 레이저 포인터 등의 소형 레이저 제품들이 자주 쓰이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2144년 정도 혹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라도 권총정도의 크기에서 총탄 대신 강력한 레이저 빔이 발사되어 적을 살상하는 무기는 충분히 나올 법하다.

공간 터치스크린, 즉 허공에 손가락을 대서 각종 이미지와 정보를 띄우거나 검색하는 기술은 필립 K.

딕 원작의 SF물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데, 역시 미래에는 충분히 실용화 될 것으로 예견되는 기술이다.

미래 서울의 공중을 부지런히 오가는 현란한 각종 교통기관들, 즉 택시나 오토바이 비슷한 소형 비행체와 공중 구급차, 소형 전투기를 닮은 순찰차 기능의 교통수단 등도 역시 ‘스타워즈 에피소드’나 ‘제5원소’와 같은 SF영화들에서 등장했던 것들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이처럼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개인용 비행체들이 도시의 하늘을 점령하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지 않은 견해들도 많다.

왜냐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스카이카나 1인용 로켓 비행체 등이 개발된 지는 의외로 오래되었으나, 그간 기술 진보가 도리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로켓추진 비행체나 스카이카의 실용화를 시도하면서 시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기업과 국가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복잡한 시스템에 따른 고가격과 조종, 안전의 문제 등이 난관으로 꼽힌다.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이, 현재의 자동차 면허증 정도를 가지고 수많은 스카이카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의 무대인 서기 2144년은 아직 백수십 년이 더 넘는 먼 미래로서, 기술적 난관등을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미래사회에서의 구현을 점칠 수 있을 법하다.


배와 비행기의 중간쯤,
위그선의 상용화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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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이 하나 더 선보이는데, 이는 여섯 번째 이야기에 나온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인류 문명이 파멸하고 원시시대나 별다름 없는 생활을 이어가던 남태평양의 섬 마을에, 먼곳의 이방인들이 문명의 잔재인 ‘빠르고 신기한 배’를 타고 찾아온다.

이 배가 바로 위그선(WIG: Wing-In-Ground Effect Ship), 즉 해면효과익선이다.

바다 위를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까닭을 묻는 원주민에게 이방인들은 ‘퓨전 엔진’ 덕분이라고 답하지만, 위그선은 지면 효과(Ground Effect),

즉 물속을 달리는 수중 날개가 수면에 근접할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반면, 공기 중을 항해하고 있는 날개는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효율이 향상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날개 면이 수면에 근접하면 날개 밑 부분에 공기가 갇혀 양력은 증가하지만, 저항은 양력의 증가량에 비하여 작은 편이므로 고속을 낼 수 있게 된다.
 
위그선이 처음 개발된 것은 1960년대로서, 구소련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개발되었고 이후 서방세계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바다 위를 2∼3m가량 떠서 날아가므로 형태나 원리가 배와 비행기의 중간이라 볼 수 있는 위그선은 최고 시속 550㎞까지 낼 수 있는 획기적인 해상교통수단이기는 하나, 파도가 높은 해역에서는 운용이 어렵고 탑승 가능한 승객 수가 많아야 수십 명 정도로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위그선의 실용화를 정부 차원의 과제로 추진한 적이 있는데, 최근 일부 해운사가 운행을 준비 중에 있어서 위그선을 곧 타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 영화의 주제는 저항군의 일원이 되어 전 세계에 전하는 손미-451의 메시지에서 드러난다.
 
즉 “우리의 삶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과거와 현재는 타인들과 엮여있다.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악행과 선행으로부터 우리의 미래가 탄생하는 것”이라는 선언이다.

이는 불교의 인연설과 윤회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모든 것들이 서로 연관되고 얽혀 있는’ 세계를 연구하는 카오스 이론 등의 복잡계 과학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