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공사례 -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으로 고위험 사업을 헤쳐가다
유니테스트 연구소의 반도체 PKG 개발사례
본지는 기술 및 제품의 개발과정이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국내 기업환경에서 다른 기업의 성공프로젝트를 기술경영측면에서 살펴봄으로써 기업의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도움을 주고자 2007년 8월부터 기술경영 성공사례를 게재해왔다.
이번 호에서는 유니테스트 연구소의 기술전략 사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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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는 대표적인 고위험(High-Risk) 사업이다. 무엇보다 수요자 대부분이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
까다로운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뿐더러 많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자도 강력하다.
반도체 장비 연구개발에 1,000여 명이 매달리는 Applied Materials사, ASML사와 같은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연구개발과 마케팅,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높고 탄탄한 진입 장벽을 구축해 놓고 있다.
여기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최소 투자규모와 높은 기술개발 난이도, 반도체 설비투자 침체 주기까지 겹치면 반도체 장비 사업은 최고 위험(The Highest Risk) 사업으로 분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가혹한 환경에서 중소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요자의 니즈(Needs)에 부응하는 개선 중심의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저가 경쟁 우위 확보를 가속화해야 할까? 아니면 영업과 채널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많은 기업이 ‘역시 핵심은 R&D’를 외치지만 실제 R&D로 해답을 만들기란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그 막막함 속을 지나, 이제 스스로 경쟁 우위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유니테스트 연구소’는 그래서 살펴 볼 가치가 있다.
불가피한 고위험 사업 지속
커모더티(Commodity)화의 빠른 진행
Point_ 첨단제품의 커모더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목받았던 첨단 제품의 일용품화, 커모더티(Commodity)화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LCD TV는 6년간 70%, 노트북은 8년간 50% 가격이 하락했다. 고객니즈를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리면서 꾸준히 제품 개선을 했어도 이러한 ‘가속적 성숙화’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애플의 디자인 혁신, UX(User Experience) 혁신, iTunes 사업 모델 혁신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 성숙화와 제품의 커모더티화를 극복할 마땅한 방법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는 한 때 대표적인 첨단기술이자 고부가가치 제품이었으나 흔히 말하는 성숙 산업화, ‘커모더티화’가 진행된 지 오래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말할 것도 없다.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경쟁은 격심하며, 기술혁신은 정체하고 있다. 전형적인 B2B01 이다보니 디자인 혁신과 UX 혁신과 같은 B2C02형 혁신으로 커모더티화를 타개하기도 어렵다.
Xilinx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메모리’와 같이 신개념의 제품으로 위기를 극복해 가는 기업도 있지만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반도체의 커모더티화는 수많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비용절감의 압력과 다양한 고객주문, 예기치 못한 시장 침체와 설비투자 지연 등 반도체의 커모더티화로 인한 문제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소 장비 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불가피한 고위험 사업 지속
Point_ 고위험 시장에 남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많다.
차세대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이 보이는 게 없을 때 대기업들은 신사업을 찾는다. 반도체가 커모더티화되면 모바일로 옮겨가고, IT산업이 성숙되면 에너지와 바이오로 옮겨가는 식이다.
어떠한 기업은 급격히, 또 다른 기업은 내부 역량을 다지면서 천천히 가는 식의 속도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기업이 주력 사업을 옮기고자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에게 사업 무게 중심의 대이동이란 불가능하다.
인력과 자금 부족, 수요자의 까다로운 요구까지 극복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상황에서 축적된 기술 역량과 견고히 구축된 마케팅 채널을 모두 버려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사업이 아무리 고위험 사업이라 할지라도 중소기업에게 있어 신사업으로의 이동이란 몇 십 배 또는 몇 백 배 더 큰 위험 아니, 모험으로여겨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이 고위험 사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고위험 사업의 위험, 위험, 위험
Point_ R&D, 마케팅, 영업에서 모든 위험이 높아진다.
기술이 발전하면 R&D 위험도 높아진다. 한 대에 수십억원씩 하는 반도체 장비의 경우 R&D 프로젝트가 한두 개만 실패해도 중소기업자체가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수요자인 대기업은 다양한 제품개선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개발 비용을 받는 경우는 드물고 무리한 요구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R&D에서 실패한다.
자사역량과 고객요구 간의 간극(Gap)을 잘못 파악하고 무리한 R&D를 진행한 결과이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자인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몇 십 배의 자원을 투자해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들이 R&D를 한 템포 늦추면 고객은 모든 설비를 경쟁자 제품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저가격-다소 나은 성능’의 조합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항상 ‘다소 나은 성능’이 ‘떨어지는 성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영업과 마케팅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인식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생산라인에서 사고가 나면 고객은 중소기업의 설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만 아드반테스트사(Advantest Co.)와 같은 일본의 대규모 반도체 시험장비기업의 제품이라면 고객은 자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인식은 구매 전부터 장비를 사용하는 동안 중소기업의 영업과 마케팅에 항상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된다.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는 고객을 잃을 위험이 커지고 이러한 위험은 반도체 가격이 낮아지고 성장이 정체할수록 더욱 높아진다.
그렇다면 이런 고위험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전략적 해법은 무엇일까? 유니테스트 연구소는 그 답을 R&D에서 찾았다. 그리고 R&D를 위해 중소기업이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내놓고 있다.
01 B2B : 기업과 기업 간 거래사업
02 B2C :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반도체 패키지 검사장비 : 기존 패러다임에 갇힌 20년
Point_ 기존의 반도체 패키지 검사장비는 20년간 기존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니테스트의 해답은 반도체 패키지 검사장비의 성공에서부터 시작했다. 기존의 반도체 패키지 검사는 <그림3>과 같이 저속 B/I(Burn-In)03에서부터 최소 5단계, 최대 8~9단계를 거쳐야 했다.
전류, 전압, 온도를 바꿔가며 반도체의 열화를 테스트하고, 여기서 저속, 저온, 고온, 고속고온/고속저온의 다섯 가지 조합은 상식이었다. 한 조합 당 하나의 검사 프로세스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상식이 20년간 검사장비 기술의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그리고 아무도 여기에 심각한 물음표를 던지지 않았다.
모든 기업이 각 프로세스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또 정확하게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전형적인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 제품 개선 프로세스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보통 자원을 얼마나 R&D에 투입하는지, 전문가들에 의한 분업구조를 어떻게 구축하는지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연구인력의 수와 투입되는 연구개발비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만약 연구인력 60여 명의 유니테스트와, 1,000여 명이 넘는 아드반테스트가 경쟁한다면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유니테스트의 경쟁우위 확보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을 것이다.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Convergence형’ 신기술, 신제품
Point_ 이전의 5단계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한 신기술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다.
그러나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유니테스트는 한 기업이 50Mhz대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통합해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제품은 고속 B/I가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는데, 이 작은 기술 정보와 벤치마킹은 유니테스트가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기술전략의 시발점이 되었다.
물론 끊임없이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한 시간들도 기술전략 전환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20년의 패러다임을 깨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첫 발을 내딛은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은 어렵지만 단순했다. 기존 패러다임에서 5단계는 반드시 별개로 해야 하는 일이었으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5단계가 불필요했다.
5단계를 한 개의 프로세스로 통합하고 자동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미 50Mhz에서는 가능한 제품을 개발 중이었으므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자사의 역량에 확신이 있는 상황에서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은 오히려 명쾌했다.
경쟁자보다 고속의 통합형 장비를 개발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0Mhz 통합형 반도체 패키지 검사장비는 이렇게 태어났다.
기술정보에 기반한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이 핵심
Point_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만이 차별화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처음에 수요 기업들은 유니테스트의 새로운 기술전략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에서 기존 패러다임을 깨뜨리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해외기업을 통해 유니테스트가 통합형 검사장비의 성능을 입증하자 모든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하이닉스(Hynix)의 400Mhz 장비 주문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유니테스트의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기술정보 수집이고, 둘째는 자사역량에 맞는 고객니즈 결합이며, 셋째는 무리하지 않은 패러다임 전환이다. 50Mhz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기업의 정보가 없었다면,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도, 제품개발도 불가능했다.
또한 반도체 회사의 잠재적 수요(Latent Needs)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유니테스트가 자사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사의 역량이 부족했다면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과 제품은 매력적이지만 결국 회사를 회생불능의 늪에 빠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객니즈, 자사역량 그리고 정보의 삼위일체가 있었기에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이 성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03 B/I(Burn-In) : 제조상의 결함을 제거하기 위하여 시스템의 기능시험을 하는 것
상품기획과 기술영업을 통합하라
강력한 고객의 니즈(Needs)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Point_ 거대고객의 주문에 흔들리는 기술전략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이 성공한 데는 유니테스트가 오랜 기간 쌓아왔던 거대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거대 고객들은 중소기업 파트너들에게 다양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여러 가지를 주문한다. 중소기업은 고객을 잃을 수 없기에 수요자들 의 불만과 주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공한다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고객의 주문이 종종 기업의 R&D프로젝트가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의 특징은 고위험(High Risk)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중소기업 파트너의 R&D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설사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주문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또 회사 내의 영업 부서에서조차 주문에 따라 제품을 개발했을 때 창출되는 매출과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R&D 파트가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기업은 실패확률이 높은 무리한 R&D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것이 실패에 이르는 중소기업의 전형적인 기술전략이다. 그러나 유니테스트는 오랜 경험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흔들리는 중소기업 기술전략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상품기획과 기술영업 역량을 지닌 키퍼슨(Key Person)을 육성하라
Point_ 고객의 니즈를 기술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기술영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유니테스트는 130명의 직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55%가 R&D 인력이다. 비중이나 숫자 면에서 모두 중소기업의 규모로서는 쉽지 않은 인력투자이다.
기업의 반이 넘는 인력이 R&D에 투입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장비기술이 개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반도체 검사장비 R&D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연구개발 인력 1,000여 명의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70여명이란 숫자가 턱없이 적게 보이겠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는 절실한 숫자일 것이다.
무리한 R&D를 피하고, 기존의 패러다임 기술전략에 갇히지 않으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무엇보다 CTO다. 또, CTO에게는 냉정한 판단과 함께 CEO를 비롯한 임원진을 설득할 능력이 필수다.
둘째는 상품기획과 기술영업을 담당할 핵심 직원이다. R&D와 영업, 수요자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무리 없는 R&D와 고객니즈 파악, 패러다임 전환형 제품의 기술마케팅을 할 수 있는 키퍼슨(Key Person)은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
유니테스트의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의 뒤에는 바로 이 두 가지가 있다. 실제로 CTO와 상품기획-기술영업 인력이 있고, 이들은 무리 없는 R&D와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을 위한 기술정보 수집, 기술마케팅, 구체적인 상품 기획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구매를 포괄하는 ‘기술기획-영업’ 통합부서를 구축하라
Point_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마케팅, 지적재산권의 3대 역량을 갖춘 인재들로 ‘기술기획-영업’ 통합부서를 구축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의 또 하나의 핵심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다.
반도체 검사장비와 같은 복잡한 장비의 R&D에서는 특허 구매와 특허를 통한 기술 및 제품의 보호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이 일을 실제로 수행하려면 진정한 다면적 역량(Multi-Faceted Capability)이 필요하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특허의 기술 가치를, 마케팅을 모르면 특허의 시장 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모두 이해해야만 기술-마케팅에서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생긴다.
특허의 ‘Know-Where’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넓어진다. 또 어느 기업과 연구소에서 어떠한 특허를 사야 할지 그제서야 감을 잡게 된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떤 과정을 통해 구매하고 계약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거나, 권리가 얼마 없는 특허를 사오는 일이 발생한다.
기술기획-기술영업-IP구매를 포괄하는 업무는 중장기적으로는 한 사람의 키퍼슨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중소기업이라도 이 세가지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유니테스트는 실제로 프랑스, 이스라엘 등에서 R&D에 필요한 특허를 구매하며 위와 같은 역량을 지닌 사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인력을 항상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현재 역량에 맞는 조직과 평가체계를 구축하라
복잡한 조직구조와 기법은 중소기업에게는 부적합하다
Point_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와 기법은 중소기업에서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
대기업은 관리를 위해 복잡한 평가체계와 조직구조를 도입한다. 매트릭스(Matrix)04구조, 스테이지 게이트(Stage-Gate)05형 R&D 과제선정 등 이미 많은 미국 · 유럽식 방법들이 우리나라 대기업에 도입 ·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조차 이러한 기법들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많은 경우 이 기법들의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유니테스트도 다단계 성과평가, 다면 성과평가, MBO(Management by Objective), TF-기능부서 복합구조 등 다양한 조직구조와 평가체계를 테스트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니테스트가 얻은 결론은 ‘자사에 적합한 조직구조와 평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소기업의 역량에 가장 적합한 조직구조와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Point_ 최소한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디자인하고 적용해야 한다.
개념적으로 아무리 좋은 조직구조와 평가체계 방법이라도 실행이 불가능하면 의미가 없다. 특히 중소기업의 장점인 순발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무거운 조직구조는 적합하지 않다.
간결한 평가 체계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조직구조가 가장 적절하다.
유니테스트는 경험을 통해 자사역량에 가장 적합한 R&D, 조직구조, 평가체계를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것이 ‘패러다임 전환형 R&D’를 위한 바탕이 됐다.
유니테스트는 팀장의 1차 평가, CTO의 2차 평가라는 간결한 성과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간결하지만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프로젝트나 업무를 없애기 위해서 ECR/ECN(Engineering Change Request/Notice)을 최대한 간소화해 운영하고 있다.
책임에 기반을 둔 업무구조, 조직구조가 현재의 유니테스트에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평가와 조직구조는 ‘무리 없는 R&D’를 위한 불필요한 프로젝트와 일을 없애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자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역량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도입해 성공한 것이다.
04 매트릭스(Matrix) 구조 : 프로젝트 조직과 기능식 조직을 혼합ㆍ절충한 형태의 조직. 조직의 구성원이 원래 속해 있던 종적계열과 함께 횡적계열이나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 속해 동시에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형태로 한 구성원이 동시에 두 개의 팀에 속하게 됨.
05 스테이지 게이트(Stage-gate) : 신제품을 개발하는 여러 과정에서 각각의 단계를 성공적으로 거쳐야만 제대로 제품이 개발·출시되는 것
시사점
많은 기업이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은 대체로, ① 위험하고, ②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며, ③ 창의성이 중요하고, ④ 조직구조나 평가체계와 크게 연관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유니테스트는 이 네 가지에 대해서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기술정보이다.
자사와 경쟁사, 연구소, 대학 등 네트워크의 어딘가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기 마련이다. 핵심정보를 입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첫 번째 조건이 된다.
유니테스트는 경쟁사를 통해 이 정보를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핵심정보가 있다면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은 오히려 위험이 적다.
유니테스트는 강력한 고객의 주문에 흔들려 재무제표상의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R&D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전략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고 이야기한다. 고객니즈, 자사역량에 대한 판단, 핵심정보가 결합된다면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이야말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이 된다.
하지만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조와 평가체계의 기반이 잡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유니테스트에는 R&D-영업-고객을 연결하는 가교형 인력이 있었다. CTO와 담당자가 상품기획-기술영업-IP구매의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간결한 평가체계가 R&D 인력의 집중도를 높였고, ECR/ECN이 고객의 무리한 주문과 무책임한 R&D를 없애는데 기여했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도, 그에 기반한 신제품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의 성공은 다음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된다.
유니테스트는 SSD(Solid State Drive)/메모리카드용 테스터에서도 반도체장비와 같은 기술전략을 통해, 기존 제품의 패러다임을 깨트려 가고 있다. Micron, Sandisk등이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과 정부는 사업성 중심의 R&D를 강조하면서 위험을 기피하고 있는 반면,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고위험 사업의 막막한 어둠 속을 헤쳐 나가고 있다.
유니테스트의 패러다임 전환형 기술전략과 성공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위험기피형 R&D에만 집중하는 정부와 대기업,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유니테스트의 사례는 고위험-고수익 사업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