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노벨상 수상, 지름길은 없다
No Royal Road to Royal Award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상이 제정된 이후 41개국에서 830명의 개인과 23개 단체가 수상했다.
한국인의 수상은 노벨평화상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만 따지더라도 16명이나 되는 이웃나라 일본과 너무 비교되는 숫자다.
매년 논의되고는 있지만성과가 없는 노벨상 수상, 우리가 진정 노벨상 수상을 갈구한다면노벨상에 대한 인식전환부터 해야 한다.
노벨상 평가의 핵심
Science나 Technology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을 꿈꾸지 않은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물론 Nobel Laureate가 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 수준에 도달하는 사람도 아주 드물지만 말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20여 년 전 미국 국립연구소에서 연구하던 시절이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연구를 한 경험이라고 하겠다.
필자가 속해 있던 그룹은 광합성의 key가 되는 단백질의 구조결정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전 세계적으로 몇 개 그룹이같은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며 경쟁관계에 있었다. 그리고 1988년 드디어 광합성 구조 연구에서 노벨상이 배출되었다.
분광학적(分光學的)인 방법으로 광합성의 구조를 밝힌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의 요한 다이젠호퍼와 로베르트 후버, 하르트무트 미헬 등 3인이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한 것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 연구진은 필자가 속한 그룹과는 약간 다른 물질을 타겟으로 연구했고, 구조결정 성공도 몇 년이나 앞서는 등 광합성 관련 연구 분야의 선두 그룹이었기에 그들의 수상은 당연한 일이었다.
필자 또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축하를했었다. 어쨌거나 필자로서는 개인적으로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당시 노벨상 수상자 3명 중 두 명이 40대 초반의 젊은 과학자라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들의 수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노벨상이 일생에 걸친 긴 시간 동안의 연구결과에 기준을 두는 데 반해, 그들의 업적은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의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의 논란은 곧 수그러들었고, 과학계가 모두 한마음으로 그들의 수상을 축하했음은 물론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의 결과, 그리고 노벨상
매년 돌아오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끝나자, 또 다시 우리 과학계 일부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일고 있다.
노벨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이유를 따지고, 수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책을 토론하느라 부산하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이 노메달의 신세를 통탄하고, 일 년에 한 번씩 대책을 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젊은 독일 연구진의 수상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노벨상은 10 ~ 20년 동안 지속적인 연구개발의 결과들이 여러 방법으로 검증이 되고 그 결과가 여러 분야에 공헌을 한 뒤에야 주어지는 영예이기 때문이었다.
즉 노벨상은 탁월한 연구성과를 통해 인류발전에 공헌한 과학자에 대한 전 세계인의 감사와 존경의 표시이므로, 노벨상 수상의 방법을 논하는 단편적 토론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노벨상 수상을 갈구한다면, 바로 이 점에 대한 인식전환부터 해야 한다.
서로가 앞 다투어 노벨상 수상을 앞당기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 하지만, 노벨상 수상에는 지름길이나 쉬운 길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소명을 가지고 일생을 바쳐 헌신해야 하는 길고도 어려운 과학자의 길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과학자가 지속적으로 한 분야를 파고들어 연구할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 마련이 시급하다. 다행히 지난 2011년 말에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이 출범함으로써, 이러한 노력의 주춧돌은 놓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러한 시도가 하루빨리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일례로 IBS에 참여하기로 결정된 연구진들이 조속히 현 소속기관과의 이중생활에서 벗어나 IBS 본연의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해본다.
도전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연구의 필요성
이에 첨언할 것은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의 필요성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근대적 의미의 과학기술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로서는 남들이 이미 시작한 분야가 아닌 특별한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 필요가 있다.
즉 창의력을 발휘하여 일반적인 분야 보다는 ‘High Risk, High Impact’를 가져올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독일 과학자의 경우 당시 모든 사람이 너무 어렵다 생각하고 회피하던 비수용성 단백질의 구조결정을 이루어냄으로써, 단번에 세계가 놀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수용성 단백질 구조는 이미 수 만개가 넘게 밝혀진데 반해, 비수용성 단백질은 그 구조가 밝혀진 사례가 아직도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연구의 난이도가 훨씬 높은 분야다.
이처럼 어려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연구진은 과감히 뛰어들었고, 결국 전례가 없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보다 과감한 자세가 필요하다. 영어로 ‘No Pain, No Gain’ 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도 이제는 어려운 산을 넘을각오를 해야 하고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