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지식재산 생태
21세기 지식기반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발명가 - IP법률전문가 - IP사업가로 이어지는 IP생태계 구축이 선결 조건이다.
특히 기술개발의 성과를 제대로 보호하고 권리화할 뿐 아니라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해서 전문인력의 양성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5위의 특허 출원국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특허분쟁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IP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적극적인 전문인력 확보 노력을 통해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그동안 축적한 특허를 IP 비즈니스화 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1) 미국 Duke 대학교 공학박사(의공학) 및 법학박사로 미국 유수 특허 로펌 Fish & Richardson, Pennie & Edmonds 등에서 특허변호사로 근무했다.
전 Intellectual Ventures 한국지사장으로 현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및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 부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나간 20세기는 산업자본시대라 불린다. 그 이유는 산업자본가가 제조시설을 갖추고 숙련된 노동력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자본과 숙달된 노동력을 겸비하였던 북미, 유럽의 소수 국가만이 선진국으로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였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신흥공업국들이 기존 선진국들의 제조기술 경쟁력을 추월하기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기존 선진국들은 제조업으로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지식기반시대이다.
즉 기존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하여 지식재산(IP ; Intellectual Property)을 차세대 먹거리로 정했고, 제조기술의 우위나 제품 단가보다는 지식재산 보유량에 따라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그 결과가 바로지식기반시대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지식기반시대의 총아는 뭐니뭐니해도 Apple이다. Apple은 변변한 공장 하나 없이 iPod, iPhone, iPad 등으로 세계 시장을 휩
쓸고 있다. 미국의 IBM 역시 산업자본시대로부터 지식기반시대로 연착륙한 좋은 예이다.
1970 ~ 1980년대 사무용 기기의 강자로, 1990년대에는 PC의 주체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제조업체 IBM은 20년 이상 계속된 꾸준한 체질 개선을 통하여 현재는 특허 라이선싱만으로 매년 4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결국 지식기반시대에는 제조시설 없이 IP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따라서 지식기반시대의 기본 목표 역시 IP의 확보 및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로 자리매김한 것으로보인다.
하지만 몇몇 업종에서 세계 첨단 제조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지식기반시대에 부응한다는 이유로 제조업을 경시하고 지식재산산업에만 치중하는 것은 옳은 전략은 아니다.
오히려 양질의 IP를 창출, 확보하고 이를 제조업과 효율적으로 융합하는 전략이야말로 금상첨화 전략일 것이다.
즉 세계 첨단의 제조업에 IP를 융합하되, IP가 길을 인도하며 제조기술은 이를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전략이야말로 지식기반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인 셈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IP의 창출,확보 및 융합이 이루어지는 지식재산 생태계(IP 생태계) 구축 전략 및 IP 생태계 특성에 부합하는 IP 전문인력 양성 전략을 제안하고, 서울대학교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IP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IP 생태계의 속성과 특징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1세기 지식기반시대에서는 IP가 기축통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가가 혼자의 힘으로 IP를 창출,권리화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반면에 IP의 창출, 권리화, 활용이 전문가에 의하여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특히 활용을 통하여 얻은 수익의 정당한 부분이 다시 혁신가에게 배분되어 IP 창출이 활성화되는 시스템이야말로 선순환적 IP 생태계로서, 지식기반시대의 구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림1>은 IP 생태계, 특히 특허 생태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서와 같이 특허 생태계는 발명가가 발명을 착상, 구체화하여 완성하는 상류, 발명을 전략적 주요 국가에서 특허출원하고 등록하여 권리화하는 중류, 권리화된 특허를 자체 실시하거나, 특허를 이전하거나, 비권리자의 침해를 응징하는 특허 침해소송을 통하여 권리를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하류로 구성된다.
또한 특허 생태계의 상류, 중류, 하류를 관통하는 IP 인프라 또는 특허 인프라는 특허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나타낸다.
특히 특허를 재산권으로 대하지 않고 특허권에 대한 정당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특허 생태계 구축은 불가능하다.
다른 IP 생태계와 같이 특허 생태계에서도 모든 프로세스가 상류, 중류, 하류의 방향으로 진행되며, 역방향으로의 작동은 불가능하다.
또한 특허 생태계에서 특허의 가치는 상류, 중류, 하류를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특허 생태계 구축에 가장 우선적인 부분은 상류이다. 즉 생태계 상류에서 우수한 발명이 창출되지 않으면 중류, 하류 구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양질의 발명이 창출되더라도 이를 적절히 권리화하지 않을 경우, 당해 발명에 근거한 특허는 구속력이 전무한 기술 노출에 불과해질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상류에서 양질의 발명이 창출되고, 중류에서 이를 양질의 특허로 권리화하더라도 인프라 부족으로 하류에서 특허를 활용할 수 없으면, 수익 창출이 불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상류의 발명가들의 발명 의욕도 저하될 것이다.
따라서 특허 생태계 구축에는 상류, 중류 및 하류는 물론 인프라 구축 모두가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특허 생태계의 속성을 감안하면, 특허 전문인력 역시 특허 생태계 상류, 중류, 하류, 인프라의 특성을 고려하여 각 단계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전략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생태계 각 단계의 전문인력이 상이하므로 각 단계 사이의 연결고리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간극(Gap)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특허 생태계의 상류, 중류, 하류를 거치며 IP의 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전문인력 양성 전략도 필요하다.
IP 생태계 속성에 기반한 전문인력 양성 전략
선순환적 특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류-중류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허 생태계 상류에서는 발명가가 발명을 창출하고, 중류에서는 특허출원 전문가인 변리사, 특허변호사가 이를 권리화한다.
하지만 발명가와 특허출원 전문가는 동일인이 아니므로 이들 사이에는 의사소통은 물론 기술적 간극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특허법은 특정 발명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는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의 확충이 핵심인 반면, 발명가는 자신이 최적이라고 믿는 연구결과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발명가 또는 특허출원 전문가가 자신들 사이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메우지 못하면, 보호범위가 좁아 남들이 쉽게 우회할 수 있는 특허가 양산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발명가에게는 R&D-IP 연계가 가능하도록 특허 청구항 이론 및 침해이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여 발명가가 연구기획은 물론 연구 도중에도 특허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변리사, 특허변호사에게도 상담을 통해 발명 범위 확충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화하도록 강조해야 할 것이다.
특허 생태계 중류는 변리사, 특허변호사가 발명을 권리화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최근 애플-삼성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 국내의 특허보호 수준은 미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국내에만 특허로 등록된 기술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공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 세계 특허시장의 70 ~ 80%를 점하는 미국에서의 특허출원은 가히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변리사, 특허변호사에게 미국 특허제도를 널리 교육하고, 특히 변리사들에게는 미국 특허제도에 부합하는 명세서 창출전략을 교육하여 추후 국내 특허출원 명세서가 번역되어 미국특허청 심사를 거치며 생길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허 생태계 하류는 특허 활용전문가들이 특허를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기술이전은 물론 IP 비즈니스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의 특허보호수준은 미미하며, 국내 특허소유권자가 침해기업을 상대로 침해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승소 확률은 10% 정도2), 승소하더라도 침해보상금은 5,500만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규모 또한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3).
따라서 IP 활용전문가들이 활동범위를 국내로 국한하지 않고, 미국시장 등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하며, 이들의 활동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2) 김봉섭, “통계로 본 심판 소송 환경과 우리의 과제”, KAIST IP Colloquium, 2010. 10. 16.
3) 심영택 외, “지재권 소송에서 손해배상 산정의 적절성 확보 방안 연구” 27쪽, 국가지식재산위원회, 2011. 08. 01.
서울대학교의 IP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1.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국제공동 IP석사학위 과정
서울대학교는 지식경제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소재 Santa Clara University Law School과 연계하여 ‘국제공동 IP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서울법대 일반대학원 IP전공과정에서 4학기를 이수하고, Santa Clara Law School에서 8주간 6학점(총 160시간)을 이수함으로써 두 대학교로부터 각각 석사학위(LL.M.)를 수여 받는다.
또한 국내 법학학사 소지자가 Santa Clara Law School에서 6학점을 추가 이수하면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다.
본 과정은 IP 창출, 권리화, 활용 등에 대한 이론은 물론 국제 실무에도 중점을 두는 국제화 심화과정으로서, 변리사, 변호사는 물론 삼성, LG, 현대 등 기업체 IP 실무자들이 수강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3기에 걸쳐 총 50여 명의 수강생들을 교육하였고, 현재 5명의 1~2기 졸업생, 수강생들이 Santa Clara Law School에서 추가 학기를 수강하며 2013년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Washington D.C. IP Site Visit 프로그램
서울대학교는 위의 ‘국제공동 IP석사과정’의 학기 전 프로그램으로서 매년 1월말 1주간 Washington D.C.에 소재한 각종 IP 관련 기관 및 단체를 방문하는 IP Site Visi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은 미연방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의 Randall Rader 판사장 및 미특허청의 Teresa Rea 부청장과 실무 차원의 교류,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Georgetown University 등의 Law School과 학술 교류, 특허소송 전문 Top 10 포럼인 Fish & Richardson, Finnegan Henderson, Knobbe Martens, McDermott Will & Emery, Morgan Lewis & Bockius 등은 물론 MPEG 분야 NPE인 Sisbel과도 실무 차원의 교류를 수행한다.
본 프로그램은 IP 실무자 및 경영자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으로써, 삼성, LG, 현대, SK 등 기업은 물론 수많은 국내 로펌의 파트너들도 참여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은 2013년 1월말 제3회 IP Site Visit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에는미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물론 전광석화와 같은 특허소송 진행으로 일명 rocket docket이라고도 불리는 북버지니아주 미연방 하급법원도 방문할 예정이다.
3.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IP Silk Road 과정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는 지경부, KIAT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특허 브로커, 엔젤투자자 및 벤처캐피탈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본 과정은 국내 IP를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이전하고, 국내 창업가들의 실리콘밸리 현지 투자를 유치하는 IP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2주짜리 국내외 실무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은 IP 보유기관인 대학, 출연연 및 기업체의 TLO 담당자 및 민간 IP 전문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써, 2012년에 수행한 IP Silk Road의 경우 총 7명의 특허브로커, 총 9명의 angel 투자자 및 VC들과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고 2~3명의 수강생들이 현재 국내 IP의 해외 기술이전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2013년 4월경 제2차 IP Silk Road를 계획하고있다.
아무리 하늘이 뜻한 바가 있더라도, 이를 세상에서 이루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21세기 지식기반시대는 이미 10여 년 이상 흐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로 자리 잡았다.
결국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식기반시대에의 적응을 넘어 지식기반시대를 선도하여야 함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소명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IP 전문인력의 양성은 필수조건이다.
우리나라 정부, 기업은 물론 학계에서도 기존의 IP 전문인력양성전략을 뒤돌아보고, 국제화 및 효율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확립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