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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Agenda - 큐리오시티를 통해 본 화성 탐사의 기술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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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닮은 화성. 화성에 인간의 손길이 닿기 시작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차원의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착륙했다.

큐리오시티 착륙의 그 성공 배경과 의의, 그리고 미래의 우주과학 기술을 점쳐본다.



글 이태형

(주)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충남대학교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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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 화성에 착륙하다

19세기 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에 의해 본격적인 화성 관측이 이루어진 이후 화성은 지구 이외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큰 태양계의 천체로 알려져 왔다.
 
그 비밀을 캐고자 구소련과 미국은 1960년대부터 앞 다투어 화성 탐사를 시작했고, 1976년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에 착륙함으로써 화성에 대한 신비가 본격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구의 사막을 연상시키는 붉은 평원, 물이 흐른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협곡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끝없는 호기심을 갖게 하였다.

화성 탐사에서 가장 큰 성과는 2001년에 발사된 화성 궤도 위성 마스 오디세이가 물의 존재 증거를 발견한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는 2008년 피닉스 로버의 추가 탐사작업을 통해 공식적으로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과거에 화성에 바다가 존재했다는 증거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런 모든 증거를 보다 확실하게 탐사하기 위해 나사는 2011년 11월 25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차세대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를 실은 ‘화성과학실험실’을 발사하였다. 그리고 약 8개월이 지난 2012년 8월 6일 인류의 꿈을 실은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했다.

큐리오시티가 화성 대기를 통과해서 표면에 착륙하기까지의 7분간은 나사의 역사상 가장 긴 7분 중 하나에 해당했을 것이다. 초속 5.9km의 속도(음속의 약 17배)로 화성 대기에 진입한 탐사선은 섭씨 2100도의 열기를 견디고 125km 아래의 화성 표면에 미국 동부시간으로 8월 6일 오전 1시 17분 57초(한국 시간으로 오후 2시 17분 57초)에 무사히 착륙했다.
 
큐리오시티의 화성 착륙 당시 화성과 지구의 거리는 약 2억 5,000만km로 큐리오시티가 보내는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14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큐리오시티의 화성 착륙은 여러 가지 면에서 화성 탐사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패스파인더나 스피릿, 오퍼튜니티, 피닉스 같은 착륙 로버들은 화성 대기를 통과해서 원하는 지역 근처에 에어백을 부풀려 떨어뜨리는 착륙이었다. 일종의 탄도 비행을 통한 착륙으로 착륙 지점의 오차범위가 80km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착륙은 낙하산을 펴고 역추진 로켓을 분사해서 원하는 지역에 서서히 접근하고, 스카이 크레인이라는 새로운 장비를 이용하여 큐리오시티를 지상에 내려놓는 일종의 유도 비행으로 오차범위가 20km 이내로 줄어들었다. 큐리오시티에서는 화성 대기권 진입부터 착륙까지 모두 76차례의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파이어테크닉 디바이스(Pyrotechnic Device)’로 불리는 장치가 폭발하면서 덮개를 분리하고, 낙하산을 펼치며, 열차폐막을 떨구어내는 것이다. 이 중 단 한 차례라도 오류가 발생했다면 착륙은 실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착륙 범위의 오차를 줄이다

큐리오시티는 지난해 11월 발사되어 8개월간 약 5억 7,000만km를 비행하여 화성에 도착하였다. 일반적으로 우주탐사선이 지구를 벗어날 때의 속도는 초속 11.2km 이상, 시속으로는 약 4만km이다. 8개월간 5억 7,000만km를 비행하기 위해서는 시속 10만km 정도의 속도가 필요하다.

큐리오시티는 이 속도를 내기 위해 지구의 공전 방향 앞 쪽에서 화성과 만날 수 있도록 발사되었다. 즉, 탐사선의 속도와 지구의 공전 속도가 더해져서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달리는 차에서 앞으로 총을 쏘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큐리오시티는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5억 7,000만km를 비행해서 최종적으로 목표지점 20km 범위 내에 정확히 착륙한 것이다. 이것은 약 300km 앞에 있는 지름 1mm 목표를 정확히 맞추는 것과 같은 엄청난 정밀도가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탐사선이 지구를 출발하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다른 행성에 도달할 때까지 비행하는 궤도를 호먼궤도(Hohmann Orbit)라고 한다. 1925년 독일의 월터 호먼 박사가 제안한 이 호먼궤도는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에서 태양에서 가까운 지점과 가장 먼 지점을 출발점과 목표점으로 하는 궤도이다.
 
탐사선이 최종적인 궤도에 도달했을 때 탐사하려는 행성이 원하는 위치에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사시기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구와 화성의 거리와 공전 속도 때문에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수 있는 시기는 약 2년 2개월마다 돌아온다. 2011년 11월 이후에는 2014년 1월, 그리고 그 다음은 2016년 3월경이 그 시기이다.


신개념의 로버가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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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는 기존의 화성 탐사로버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의 로버이다. 탐사선 자체의 이름이 화성과학실험실(Mars Science Laboratory)인 것처럼 큐리오시티는 단순한 탐사로버가 아닌 자체적으로 탐사와 분석이 가능한 실험실로 꾸며졌다.

큐리오시티는 규모나 성능 면에서도 기존 탐사로버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단 무게부터가 기존 탐사선에 비해 약 8배 이상인 900kg정도이고, 크기도 소형 SUV 차량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다. 기존 탐사선들이 자료를 지구로 보내 결과를 분석했던 것과 달이 웬만한 실험이나 분석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버이다.

큐리오시티에는 10대 이상의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이동하기 전 주변의 암석과 같은 장애물을 파악할 수 있는 장애물회피카메라(HaziCam)가 앞뒤에 네 대씩 총 여덟 대가 장착되어 있다. 큐리오시티가 최초로 화성에 착륙하여 보내온 흑백 영상이 바로 이 카메라가 촬영한 것이다.

사람의 머리처럼 생긴 마스트라고 하는 부분에는 모두 7대의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그 중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것이 좌우에 있는 마스트카메라이다. 이것은 초점거리 35mm와 100mm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로 이루어져 있는데, 3D 입체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이외에 이동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내비게이션카메라가 좌우에 한 쌍씩 모두 네 대가 있으며, 실험을 위한 켐캠이 마스트의 제일 위에 장착되어 있다.

큐리오시티의 실험장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켐캠(ChemCam)으로 화학 카메라라고 불린다. 켐켐은 레이저, 망원경, 카메라, 분광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7m 앞에 있는 암석에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하여 암석에 튀는 불꽃을 촬영, 분석하여 그 성분을 알아낼 수 있다.
 
기존 로버들은 이동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는데, 큐리오시티는 제자리에서 짧은 시간에 여러 암석을 분석할 수 있어서 효율적인 탐사가 가능하다.

로봇 팔에는 사람 머리카락 보다 가는 암석 조직을 접사 촬영할 수 있는 확대 카메라 Mars Hand Lens Imager(MAHLI)가 장착되어 있다. 큐리오시티가 착륙할 때 표면의 영상을 촬영했던 카메라 Mars Descent Imager(MARDI)까지 포함하면 총 17대의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다.

큐리오시티에 장착된 로봇 팔은 이전 로버에 비해 3배 정도 길어진 2.1m나 된다. 과거에는 표면의 토양 샘플만 채취했던 것에 비해 팔 끝에 장착된 드릴을 이용하여 암석을 5cm 가량 뚫고 들어가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 이렇게 채취한 토양 샘플에서 과거의 생명체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특수한 실험장비들도 장착되어 있다.

그 중 화학 광물학 장비인 케민(CheMin-Chemistry & Mineralogy X-Ray Diffraction/X-Ray Fluorescence Instrument)은 로봇 팔이 채취한 토양이나 암석을 X선 회절과 형광 현상을 이용하여 생명체의 흔적을 밝힐 수 있는 장비이다. 그리고 화성표본분석 장비인 샘(SAM-Sample Analysis at Mars)은 질량, 레이저 분광기와 기체 크로마토그래프 분석기를 이용하여 토양 속에 포함되어 있는 아미노산이나 매탄 같은 유기 화합물을 찾는다.

큐리오시티에는 이들 장비를 포함하여 총 10가지 정도의 실험장비가 실려 있다. 큐리오시티는 이를 이용하여 나사의 연구진이 지시한 스케줄에 맞춰 매일 화성의 토양을 분석하여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기후 패턴을 기록하고, 대기 성분을 분석한다.

큐리오시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원자력 전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과거 탐사로버들은 태양 전지를 이용했는데,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 약해서 이동 거리가 짧았고, 겨울 동안에는 활동을 거의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큐리오시티는 플루토늄을 원료로 쓰면서 태양 전지의 3배에 가까운 전력을 얻는다.

따라서 계절에 상관없이 기존 로버들보다 서너 배 빠른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다. 큐리오시티는 지구 시간으로 2년 여의 탐사기간에 총 20km 정도를 이동할 수 있다. 스피릿이 6년간 7.7km, 오퍼튜니티가 8년 동안 35km를 이동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활동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인간의 화성 착륙이다

나사는 이번 큐리오시티의 탐사에 이어 오는 2016년 3월에는 화성의 내부를 탐사하기 위해 인사이트 호를 발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큐리오시티에 의해 화성 표면과 대기에 대한 분석이 정확히 이루어지고, 인사이트의 탐사에 의해 화성 내부의 모습이 밝혀진다면 그 다음 차례는 인간의 화성 착륙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화성일까? 태양계의 천체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갖춘 곳이 바로 화성이기 때문이다. 수성과 금성은 표면의 온도가 수백 도가 넘고, 목성과 그 너머의 천체들은 영하 100도 이하로 춥다.

화성은 평균온도가 영하 60도 정도지만 여름에는 영상 20도 이상인 곳도 있다. 지구와 비슷한 자전축의 기울기를 가지고 있어서 계절의 변화가 있으며, 하루는 24.6시간으로 지구와는 약 40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체 존재에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인 물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구에서 멀지 않은 천체라는 것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과거에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없다. 물론, 이번 큐리오시티의 탐사로 그 비밀이 밝혀진다면 지구 이외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되는 첫 번째 천체가 될 것이다.

그로인해 인간이 기존에 가졌던 많은 생각들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다. 화성에 충분히 많은 물이 존재하고, 화성의 대기와 토양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밝혀진다면 인간이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사는 2030년경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드디어 화성이 신비의 행성에서 인간을 위한 행성으로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